[미래산업 BTS⑨] OTT 경쟁 심화…토종업체 “생존 어렵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01.12 07:00 수정 2021.01.12 07:10

넷플릭스·유튜브, 지난해 토종 OTT 이용률 ‘역전’

문체부 음악 저작권료에 추가 규제까지 ‘사면초가’

4차산업혁명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까지 이어지며 국내 산업계의 발 빠른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 트렌드 변화와 업황 악화로 경영전략 변화나 구조조정 등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빅뱅(Big Bang), 주력 산업의 사양화·레드오션화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혁신(Technical Innovation),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관성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등 새해에도 미래 산업을 좌우할 3대 테마(BTS)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집콕족(집에 박혀 있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디어 소비패턴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상파에서 인터넷(IT)TV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대세 미디어가 변화했고, 국가 간 미디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글로벌 OTT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됐다. 토종 미디어와 OTT의 생존 문제가 점차 심화하는 형국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토종 업체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나, 각 부처 간 입장 차로 정책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 간에도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 않은 상태다. 그 사이 토종 업체들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저작권료 관련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OTT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12일 정보통신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료 OTT를 이용해본 사람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늘어 지난해 50%에 근접했다. 넷플릭스는 이용률 24%로 1년 새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전년까지 앞서 가던 토종 OTT 이용률을 단번에 크게 뒤집었다.


올해는 디즈니플러스가 새로 상륙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OTT 간 경쟁이 격화되고 토종 OTT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유료 OTT 시장은 지난해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2018년 하반기 기준 30%에서 2019년 34%로, 지난해에는 46%로 커졌다. 그러나 성장세가 해외 OTT 위주로 쏠리면서 전년까지 우세하던 국내 OTT 이용률이 처음으로, 그것도 큰 차이로 역전당했다. 토종 OTT는 2018년 22%에서 지난해 23%로 거의 정체 상태인 반면 해외 OTT는 같은 기간 12%에서 32%로 20%포인트나 커졌다.


해외 OTT 역전의 주역은 단연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이용률이 2018년까지만 해도 4%에 그쳤으나 다음해 10%, 작년에는 24%로 해마다 2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OTT 이용 경험자(46%) 기준으로 하면 52%가 넷플릭스를 시청한 셈이다. 유튜브 프리미엄도 3년간 8%, 11%, 15%를 기록하면서 2배가량 성장했다.


반면 국내 OTT는 단 한 곳도 10% 벽을 넘지 못했다. 웨이브가 7%, 티빙이 5%였을 뿐 왓챠를 포함한 나머지는 모두 3% 이하에 그쳤다.


넷플릭스의 강세 이유는 콘텐츠 외에 아이디를 공유할 수 있는 ‘요금체계’로 분석됐다. 넷플릭스는 다른 OTT 서비스보다 아이디 공유 비율이 높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OTT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 하나의 글로벌 OTT 강자 ‘디즈니플러스’도 올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가 1만원 내외로 출시된다면 전체 유료 이용자의 19%가 이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넷플릭스 이용자는 31%로 더 높았다. 주 수요층이자 유망고객인 20대와 10대의 이용 의향이 특히 높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시장 판도가 재편되고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저변이 더욱 넓어지겠지만 글로벌 OTT, 그들만의 잔치에서 토종 OTT는 구경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토종 OTT가 자체적으로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적어도 ‘역차별’ 부담까지는 지지 않아야 생존할 수 있고 호소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OTT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하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OTT 사업자에 대한 음악사용료 징수규정을 신설하고 내년 징수율을 1.5%로 확정했다. 연차계수를 적용해 오는 2026년 1.9995%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당초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은 기준인 매출의 2.5%를 요구했고, 국내 OTT 업체들은 기존 방송물재전송서비스 규정에 따라 0.625%가 합당하다고 주장했는데 음저협 기준에 근접하게 요율이 맞춰졌다는 설명이다.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콘텐츠 투자 시 음원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음원사용료의 70~90%를 음저협으로부터 돌려받는다”며 “그에 비해 국내 업체는 이중 징수 부담까지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국내 OTT 진흥을 위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신년사를 봐도 추가 규제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조차 후속 조치나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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