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버블 빅뱅⑤] 수출주가 이끄는 코스피...커지는 환율부담 ‘뇌관’
입력 2021.01.08 05:00
수정 2021.01.07 13:07
원·달러 환율 1080원대 약달러 지속...블루웨이브·위안화 강세 힘 실려
대형 수출주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도...“기업 부담 늘고 불확실성 확대”
지난해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을 검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상당기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블루웨이브 현실화도 약달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올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약달러가 지속되면서 1100원선이 무너졌다.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며 국내 수출주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새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에서 약달러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장중 1080.3원까지 저점을 낮추며 2년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8년 6월 12일(장중 저가 1072.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는 연준의 저금리 기조와 재정적자 확대, 유로화의 강세 등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중 인덱스 기준으로 80대 후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안화 역시 추가적인 강세를 기대하고 있는데, 위안화의 상관관계가 높은 원화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강경 노선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관세 부과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관세를 이용한 무역 분쟁을 이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기대감은 위안화 강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 한국 원화는 위안화 흐름에 연동되는 경향이 강하다.
증권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선거 개표 결과가 블루웨이브로 귀결된 것도 약달러를 가속화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11월 조지아주는 2석의 상원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없어 결선 투표를 실시했고 2석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민주당은이 행정부와 하원 과반 차지에 이어 상원까지 50석을 획득한 것이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든은 경제 분야에서 중산층 복원과 불균형 해소를 강조하는데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강화와 동반된 경기 회복세는 강달러 요인”이라며 “하지만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대외 달러 공급 확대, 재정 건전성 개선 및 불균형 해소를 위한 증세 경계로 미국으로의 금융시장 자금 쏠림 완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하에 압도적 성장세를 구가했던 미국 기업의 펀더멘탈 약화 또한 약달러를 뒷받침한다”며 “원·달러 환율은 약달러 압력 가속화와 재화 수요와 연동된 수출 증가, 위안화 강세와 동조화돼 기존 예상보다 빠른 하락세가 전개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주요 수출기업 부담 요인 확대...“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려워”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따라 국내 증시에선 반도체·자동차·가전·기계 등 대형 수출주의 실적 둔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통상 수출주에는 원화 강세가 가격 경쟁력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돼 악재로 여겨진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한 514억1000만달러(잠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지난해 연간 수출 증가율은 -5.4%를 달성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선전에도 향후 한국 수출에 있어 부담 요인은 가격 조건, 즉 환율 수준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환율이 1100원대를 하회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수출기업들이 부담 요인을 환율과 물류 비용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부담되는 상황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까지는 교역이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향후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되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네덜란드 경제기획국(CPB)이 집계한 세계 교역지수를 보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가격지수의 변화방향을 살펴보면 선진국의 가격조건 대비 신흥국의 가격 조건은 작년 이후 상대적으로 더욱 악화되어 있는 것이 확인된다”며 “최근 달러 가치의 약세 등으로 인한 신흥국 통화 강세 움직임이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수출 물량의 회복과 단기 움직임만으로 교역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