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뛴다-64] KB증권, 압도적 ESG 역량으로 초격차 벌린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1.01.06 06:00
수정 2021.01.05 16:31

지난해 ESG채권 발행 시장 58% 점유…2019년 49% 이어 2년 연속 선두

ESG위원회·솔루션팀 신설 관련 전략·정책 강화…"ESG경영 체계 확립"

KB증권이 압도적인 ESG채권 발행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소재 KB증권 사옥 전경. ⓒKB증권

KB증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 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시장 선도 기업으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사회책임 투자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ESG와 관련한 투·융자를 확대하고, ESG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계를 확립해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KB증권은 252건(13조3933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면서 전체 시장의 23.9%를 점유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특히 KB증권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ESG채권 발행에서는 압도적인 격차를 만들어냈다. KB증권은 지난해 한국중부발전 1100억원, TSK코퍼레이션 1100억원, 롯데지주 500억원 등을 포함한 원화 표시 ESG채권 발행을 다수 주관하면서 전체 인수금액 기준 58.3%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줄임말이다. 사회책임투자 및 지속가능투자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되는 투자요소다. ESG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들의 사회책임·지속가능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목받았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4년 18조 달러였던 글로벌 ESG투자 규모는 지난해 40조 달러까지 확대됐다.


증권가에도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바람이 불었다. 이에 각 증권사들은 ESG를 기반으로 한 채권 발행 주관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ESG채권은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 및 인프라 사업 자금조달을 위한 그린본드(Green Bond)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설본드(Social Bond) ▲그린본드와 소셜본드의 목적이 결합된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 등 세 가지로 나뉜다.


KB증권은 예전부터 ESG채권 시장 역량을 강화하며 이미 증권가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국내에서 발행된 전체 ESG채권 잔액인 3조9000억원의 49.0%에 달하는 20조원 규모의 발행을 주관했다. 특히 KB증권은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의 황함량 강화 규제에 대비해 정유회사들이 설비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그린본드 발행을 선점했다. 이처럼 발행기업들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한 점이 KB증권의 ESG채권 부문 성공의 이유로 손꼽힌다.


이 같은 ESG채권 발행 증가는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KB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34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18억원 대비 42.7% 증가한 규모이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특히 ESG채권 발행주선 수수료가 포함된 지난해 3분기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이 같은 기간 1856억원에서 2146억원으로 15.6% 늘어난 부분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해에도 KB증권은 ESG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KB증권은 지난달 29일 ESG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까지 완료했다. KB증권은 ESG 전략 및 정책의 세밀한 진행을 위해 이사회 내부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정책은 경영 전반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또 ESG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투자전략을 제공하기 위해 리서치센터 내부에도 'ESG 솔루션팀'로 새로 만들었다.


김성현·박정림 KB증권 각자 대표이사도 ESG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두 대표인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ESG 경영 체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체계에 ESG 경영 가치들이 반영되고 작동될 수 있도록 모든 부서들의 적극적인 개선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KB증권 관계자는 "ESG경영체계 마련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으로 고객에게 최적의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투자회사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니즈가 있는 기업과 투자자들을 파악해 ESG채권을 적극 제안하는 등 태동기를 맞이한 ESG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으로 사업 전체 포트폴리오의 질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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