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폭행에 숨진 직원, 울먹이며 "죄송하다" 처절한 당시 음성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1.01.01 16:51
수정 2021.01.01 17:17

사설 응급구조단 대표, 직원 폭행해

장시간 구타 후 방치, CCTV 훼손 의혹

직원 숨지자 뒤늦게 119에 신고

경찰, 상해치사 혐의 외에 살인죄 적용 검토

사람들을 구조하는 사설 응급구조 업체 대표가 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폭언으로 괴롭혀 직원인 응급구조사가 숨졌다. 심지어 대표는 쓰러진 직원을 장시간 방치하기까지 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표 A씨는 지난 24일 오후 1시쯤 자신이 근무하는 김해 시내 사설 응급구조단에서 직원 B씨를 여러 차례 폭행한 후 사무실에 방치해 숨지게 했다.


31일 JTBC가 공개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대표는 직원 B씨가 구급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을 시작했다.


대표는 직원에게 "너는 사람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XXX야" "야이 개XX XX야 너 아비·어미가 불쌍하지 않니?" "XXX야 너는 말할 값어치가 없는 XX라고"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된다고…" "열중쉬어 XXX아. (때리는 소리) 연기해?" 라며 막말을 내뱉었다.


수차례 맞다가 정신을 잃은 B씨를 두고 A씨는 그의 행동이 연기라며 깨어난 B씨를 영상으로 찍어 퇴근한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에 따르면 이날 A씨의 폭행은 4시간이 넘게 이어졌으며 한 달 전에도 B씨의 머리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비슷한 폭행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 사건 다음날 A씨는 자신의 아내, 다른 동료와 함께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B씨를 집 인근으로 데려온 뒤 그제야 "사람이 죽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A씨는 "B씨를 지시 위반 등의 이유로 폭행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며 폭행 혐의만 시인했으며, B씨를 옮길 때는 의식이 있었지만, 집 인근에 도착한 후에야 숨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감식에서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점을 토대로 경찰은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A씨의 폭행 장면이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 내 폐쇄회로(CC)TV가 없어진 것을 확인,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B씨를 옮길 때 동행한 A씨의 아내와 직장 동료들의 폭행 가담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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