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잡음 키우지 않는 ‘2021 히어로즈’를 기대하며
입력 2021.01.02 07:00
수정 2021.01.01 19:42
허민 의장, 입장 바꿔 ‘야구놀이’에 따른 징계 수용
키움 히어로즈, 새해 김하성 낭보와 함께 재도약 기대
그나마 다행이다.
이른바 ‘야구놀이’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게 내린 징계(2개월 정직)가 부당하다며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겠다”던 키움 히어로즈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허민 의장은 지난달 31일 친필 서명을 남긴 사과문을 배포하면서 “논란에 대해 야구 관계자와 팬들께 늦게나마 사과드린다"면서 "대단히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머리를 숙였다. 의혹이 불거진 지 1년이 훨씬 지난 2020년 마지막 날에야 나온 사과다.
리그의 통제를 벗어나려 했던 허민 의장의 사과로 우려를 낳았던 KBO와의 극한대치 양상은 지워졌다. 이로써 지난달 28일 징계효력이 발생한 허 의장의 직무정지는 오는 2월27일까지 이어진다.
프로야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법적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네이밍 스폰서 키움증권을 의식해 전격적인 사과로 태세를 전환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물론 키움은 부인했다.
어찌됐든 2020년에 벌어진 일을 봉합하고 홀가분하게 2021년을 맞이하는 것은 키움 히어로즈 구단뿐만 아니라 KBO리그로서도 다행이다.
사실 키움을 둘러싼 불편한 잡음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말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도 불거지면서 지루한 진실 공방이 펼쳐졌다. 석연치 않은 재계약 무산에 이어 올 시즌 도중 손혁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사임 때도 잡음이 터져 나오면서 야구팬들의 빈축을 샀다.
계속되는 잡음으로 인해 지난 2년 히어로즈 야구단에 투자한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이 그에 걸맞은 효과를 누렸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더 큰 스폰서인 야구팬들의 피로도도 매우 높아졌다.
허 의장 사과로 일단락된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통해 NC소프트, NHN 출신의 IT 기업인 허홍(55)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책임과 품격을 갖춘 구단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새해 첫 날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대형 계약 낭보가 날아왔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 계약의 절반이 넘는 두둑한 이적료(약 60억원)도 챙긴다. 기분 좋게 2021년을 출발하는 키움 히어로즈가 잡음이 아닌 희망과 감동을 키우는 야구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