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목격한 뒤 살해된 수녀, 범인은 세 사람이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0.12.24 21:05
수정 2020.12.24 21:05

수녀 살해한 신부와 수녀 28년만에 유죄판결

인도 법원이 수녀 아바야를 살해하고 증거를 은폐한 신부와 수녀에게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공범인 호세 푸트루카일 신부에게도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23(현지시간) 인디언 익스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법원은 전날 가톨릭 신부 토머스 코투어(71)와 수녀 세피(57)에게 살인과 증거인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아바야 수녀는 1992년 3월 27일 남부 코타얌의 성 피우 10세 수도원의 우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 아침 아바야 수녀는 우연히 코투어 신부와 세피 수녀, 호세 푸트리카일이라는 또 다른 신부가 수녀원 건물 안에서 성행위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아바야 수녀에 의해 이 사실이 폭로될 것을 두려워 한 코투어와 세피는 그를 도끼로 살해한 뒤 우물에 버렸다.


사건 당시 경찰은 아바야 수녀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바야의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됐고, 인도 중앙수사국(CBI)의 재수사 결과 타살로 밝혀지면서 2009년 코투어와 세피, 푸트루카일은 진범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고 진술을 바꾼 목격자, 증거 인멸, 수사 방해 등이 있었지만 결국 28년 만에 유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인도 역사상 신부와 수녀가 또 다른 수녀를 살해한 첫 번째 사건"이라며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 변호사는 "아바야 수녀가 정신적 문제가 있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반박했다.


세피 수녀는 처녀라고 주장하기 위해 처녀막 수술까지 받았지만 결국 간음 사실을 시인했으며 코투르 신부 역시 성행위 사실을 실토했다. 푸트리카일 역시 세피 수녀와 성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녀원 구내에 들어왔다가 사건을 목격한 한 좀도둑의 결정적인 증언도 있었다. 그는 검찰에 아바야 수녀가 살해됐던 시간에 두 신부와 한 수녀를 봤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활동해온 인권 운동가 조문 푸첸푸라칼은 "판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며 "성당 권력자를 포함한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사건의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바야 수녀의 사건은 마침내 정당화됐다. 그녀는 이제 평화롭게 쉴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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