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영의 적바림] 한국GM '철수설' 노조가 결자해지 하라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12.21 07:00 수정 2020.12.20 19:08

반복된 파업으로 2만5000대 생산차질…'한국GM 10년 보장' 흔들

위기 의식 없이는 회사도, 일자리도 없어…상생 택하는 노조 변화 기대

2018년. 당시 한국 시장 철수를 고려하던 제너럴모터스(GM)는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정상화 합의 과정에서 한국GM이 최소 10년간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임을 보장했었다. 연 50만대 생산 유지, 신차 2종 투입 약속도 포함됐다.


이 같은 약속은 국내외 시장 여건이 탄탄하고, 생산성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때 유지가 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GM은 앞으로 남은 8년을 무사히 보장 받을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아니오'에 가깝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최근 들어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자동차 산업 역시 내연기관에서 전동화 차량(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으로 신속히 이동중이다. 이 변화에 얼마나 대응하는지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 역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장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 여파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전동화 차량 도입 및 인력 조정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GM 본사가 바라보는 한국 사업장은 어떠한가?


GM은 미국 본사와 한국GM 외에도 전세계 각국에 완성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상호 협력과 동시에 글로벌 물량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 관계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GM 내 공장들간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 구도 속에서 한국GM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비용 구조, 생산성만 따져 봐도 한국GM은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특히 앞으로 안정적인 생산량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GM의 노사갈등은 골이 깊다.


노조는 2020년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잇따른 파업으로 2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일으켰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생산차질분 6만대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8만5000대의 생산 손실을 본 셈이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41만대의 20% 수준이다.


강성 노조도 문제지만 노조 집행부와 이를 견제하는 현장조직 사이의 갈등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이들 강성 현장조직(계파)들은 1·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당시 부결 운동을 벌이며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불안정한 노사 관계에서는 한국GM에 소위 '잘 나갈만한' 신차를 배정하기 어렵다. 어떤 명분이던지 들고 나와 수 만대의 생산차질을 일으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한국GM과 협력사들의 몫이다.


특히 한국GM 의존도가 높은 협력사들은 노조의 파업 강도와 기간에 따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일부는 도산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임단협 갈등이 고조된 당시 GM 본사는 "한국GM 노조는 차량 생산 차질을 인질로 잡고 회사에 재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GM에 신차 배정과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본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노조가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파업 구태'를 일으킨다면 미래는 암담하다. GM 본사로선 '한국GM 10년 보장'을 파기할 만한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비용 구조에 생산성도 낮은 한국 사업장을 굳이 달래가며 사업할 글로벌 업체는 어느 곳에도 없다.


한국GM 노조는 2년 전 회사가 어떻게 기적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적지 않은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국민이 준 기회를 '파업구태'로 날려버리기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이런 상태로는 당장 5년도 살아남기 힘들다.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 '철수설'을 스스로 종식시키겠다는 노조의 위기의식 없이는 회사도, 일자리도 없다. 아집을 버리고 상생을 택하는 노조의 변화를 기대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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