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⑳] 이동연 스타일리스트 "해외 브랜드와 국내 연예인 가교 되고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2.19 01:18
수정 2020.12.18 18:18

이동연 스타일리스트, 키썸 제의로 일 시작

"패션 활용한 문화 산업에도 관심 많아"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스타일리스트의 떠오르는 샛별, 옷장 요정 이동연입니다"


이동연은 2014년 초, 중, 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친구 키썸의 스타일리스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현재 샤이니의 키, 마마무 쏠라, 지젤 등의 패션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는 퍼스트룩과 ㅋㅋㅌㅂ(크크티비)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ㅋㅋㅌㅂ는 스타일리스트 이동연이 스타들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삶을 보여주는 디지털 콘텐츠로 3~6만회의 조회수를 얻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을 좋아했지만, 스타일리스트를 꿈꿔 본 적은 없었다는 이동연. 그는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전 토목공학과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친구 키썸이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을 앞두고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되어달라고 제안으로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


"키썸과 맥주를 먹다가 처음으로 고정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키썸이 '너처럼 입고 나가면 멋있겠다'라고 하면서 함께 하자고 했어요. 저도 돈을 벌 수 있고, 키썸도 저를 챙겨줄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키썸의 부탁으로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처음 경험하는 스타일리스트란 직업은 녹록치 않았다. 옷을 협찬받는 방법을 몰랐던 이동연은 지인들에게 부탁하며 키썸의 스타일을 만들어야했다.


"한 브랜드에서 한 착장을 받는건 어렵지 않은데, 상의, 하의, 신발, 액세서리 등을 다 각자 연락해서 받았어요. 도또 키썸이 저와 신체 사이즈가 똑같아요. 그래서 제 옷도 입히고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밥, 고기 사주면서 옷 하루만 빌려달라고 부탁도 하고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어요."


운이 좋게도 이동연은 '언프리티 랩스타'가 끝난 후 여러 소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다. 키썸과 헤이즈, 브랜드뉴 뮤직 래퍼들, 그루비룸, 식케이, 김하온, 우디고차일드, 식케이, 그리고 이광수까지 아이돌과 힙합, 배우의 스타일링까지 도맡았다. 이제 6년차가 된 이동연은 현재 세 명의 어시스트를 이끌고 리더가 돼 활동 중이다. 이동연은 단지 아티스트의 외모와 의상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가 나타내고 싶은 걸 비주얼로 끌어내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가끔 비주얼 디렉팅까지 맡겨주시지만 주로 소속사에서 노래와 안무에 맞춰 콘셉트를 정하면 그 때부터 스타일을 고민해요. 콘셉트가 정해지면 집중해서 빠져 살아요. 배우같은 경우는 또 새로운 영역이더라고요. 가수가 특별하고 화려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면 배우는 배역에 맞춘 현실성을 스타일에 반영해야 해요. 드라마 캐릭터가 백수인데, 고가의 명품을 가지고 다니면 이상하잖아요. 다양한 영역을 해보니 배우게 되는 것이 많았어요."


이동연은 방송, 뮤직비디오, 화보, 공연 중 화보 작업에 제일 재미있단다. 이번 ㅋㅋㅌㅂ 프로젝트에서 함께 손발을 맞춘 하성운 화보는 만족감이 높아 최근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영상은 보정은 안되지만, 화보는 구도나 조명에 따라 보정도 되고 더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어서 좋아해요. 과한 옷을 시도해도 화보에서는 멋있게 나오는 작업이 즐거워요. 이번 하성운 화보는 주변에서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패션은 주관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눈에는 별로일 수 있잖아요. 반응이 좋을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기준들로 대중의 마음을 잡았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껴요."


반면 스타일리스트로서 고충을 느낀 때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완벽하게 구현해내지 못할 때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브랜드와의 작업이 미진해 대체품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저는 해외 브랜드와 연락해서 일을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옷을 한 번 받으려면 2주씩 걸리니까 고충이 많았어요. 스케줄이 생명인데, 시간을 많이 쏟을 여유가 없었거든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대체품으로 진행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완성도에 미치지 못할 때는 정말 속상해요."


이동연은 스타일리스트 지망생들에게 SNS로 다양한 메시지를 받지만, 직업적인 고민에는 답장을 하지 않는다. 섣불리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옷 착장 정보를 물어보면 모두 답을 해줘요. 그런데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라면서 방향을 묻는 질문은 조심스러워요. 제 방식이 정답은 아니거든요. 저는 운도 있었고, 타이밍도 좋았어요.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많은데, 저의 답변이 정답이라고 생각할까봐 함부로 말하기가 어럽더라고요."


이동연은 그저 스타일리스트란 직업에 머물지 않고 능력과 인맥을 활용해 향후 문화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제가 축구를 정말 좋아해요. 김연아, 손연재, 곽민정 등 여자 스포츠 스타들이 많은데, 아쉽게도 여자 축구 스타들은 없어요. 여자 축구팀의 부흥을 위해 여러가지를 생각 중입니다. 예를 들면 여자 축구 선수들을 패션적으로 변신을 시켜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제가 해외에 있는 브랜드들과 국내 아티스트들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도 되고 싶어요. 지드래곤 같은 패션 아이콘이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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