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내년 슈퍼사이클 기대? D램-낸드 엇갈린 양상
입력 2020.12.16 06:00
수정 2020.12.15 16:57
D램 재고 소진에 수요 증가로 공급부족 심화...1Q부터 가격 반등
낸드 공급업체 생산량 확대 속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 하락 부채질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엇갈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D램은 공급부족 심화로 내년 메모리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낸드는 공급과잉으로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램 가격은 내년 초 저점을 찍고 이후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PC용 D램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모바일 D램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호황을 주도했던 서버용 제품도 하반기 들어 재고 축적과 수요 감소로 인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으나 이제 끝이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재고소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내년부터 구매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자료를 통해 내년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PC·모바일용 제품이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서버(0~5%)·그래픽(5~10%)·컨슈머(0~8%) 등 제품들이 가격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PC와 모바일 제품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버·그래픽용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내년도 전반적인 D램 가격 상승세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 D램, 서버·모바일·PC 전반적인 수요 상승에 공급 부족 심화 가능성
최근 D램 빅3 업체 중 하나인 마이크론이 타이완 공장 정전사태 영향으로 생산능력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공급부족이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3일 타이완 타오위안 소재 D램 공장에서 변압설비 이상에 따른 정전으로 인해 6000장의 웨이퍼를 폐기 처분했다. 또 클린룸 내 추가 오염 및 가스 누출 등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약 3일간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향후 공급부족이 야기될 수 있는 만큼 D램 수요 업체들이 선 구매를 통한 재고확보에 나서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가중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가격은 바닥을 다지면서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기가비트(Gb) 기준 D램 평균 고정가격은 지난달 2.85달러로 전월과 동일했다.
같은 제품의 현물가격은 이달 들어 계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15일기준 3달러를 돌파(3.008달러)했다. 지난 9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다 두 달간 보합세를 보였던 가격이 이달 들어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물가격은 보통 고정가격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만큼 고정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주로 고정가격으로 반도체를 거래하기 때문에 고정가격 상승은 이들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D램 가격이 크게 오르며 2017∼2018년의 슈퍼 호황기가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공급부족이 시작되면서 내후년까지 2년간의 장기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D램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반등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연간 실적이 올해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재고 수준이나 수요 증가세를 감안하면 D램은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향후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 상승 폭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 낸드 공급과잉 심화로 가격 하락 지속...하반기 반등 가능성
내년 개선 기대감이 큰 D램과 달리 메모리반도체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낸드플래시는 온도차가 있다. 공급과잉으로 당분간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1분기 낸드플래시 비트 단위 생산량이 전분기 대비 6% 증가하면서 ASP는 10~1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빅3로 과점체제인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공급업체들이 훨씬 많아 공급량이 수요량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중국 양쯔메모리(YMTC) 등이 내년 1분기 생산량을 적극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여 공급 과잉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업체들간 가격 경쟁도 심화될 수 있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세를 부채질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낸드 전체 수요 증 약 30%를 차지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다 주요 낸드 제조사들이 이에 적용할 128단 제품 샘플을 보내고 있어 내년 1분기에도 공급 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D램과 달리 낸드는 내년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 속에서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반등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1분기 디램 가격 반등을 예상하고 3분기 낸드 가격의 상승 전환을 전망한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