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상임위 통과…재계 '뭐가 공정인가?' 강력 반발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0.12.09 11:11
수정 2020.12.09 11:12

박용만 회장 “부작용시 의결한 사람들 책임…강행처리 시급성 이해불가”

퓰너 회장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인가…득보다 실 더 많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모두 통과하면서 재계가 일제히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규제 3법은 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말한다. 경영권 침해, 규제 강화 등 논란으로 입법이 무산되곤 했지만 이번엔 상임위에서 의결된데 이어 9일 국회 본회의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국회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강하게 비판하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재심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의 기업규제 3법 단독 의결 추진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며 “부작용이나 문제가 생길 경우 의결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기업규제 3법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과되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깊은 무력감을 느낀다”면서 “그대로 강행처리가 돼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그땐 이번에 의결하신 분들이 전적으로 책임지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오늘 국회 상황을 보면서 경제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 처리를 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다”며 “우리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며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데, 기업들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해야 하는 시급성이 과연 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경제단체는 8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기습적으로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며 "경제계 입장을 최대한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동입장문은 “기업 경영에 관한 기본법이자 시급성도 낮은 동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대해, 향후 국회 추진 절차를 보류해달라”며 “다시 해당 상임위에서 심도 있게 재심의해 경제계 입장을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대안들을 반영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별도로 ‘기업규제3법에 대한 경제계 호소문’을 통해 국회에서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전경련은 “경제계는 기업규제3법이 국민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회에서 신중하게 논의할 것을 호소해 왔다”며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심도있는 논의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법안들을 처리하려는데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수 성향의 대표적 정책연구기관이자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규제 3법에 대해 “한국 기업의 근간에 득보다 실을 더 많이 안겨줄 것”이라며 “행동주의 펀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앉히려는 공격적인 시도를 할 때 기업의 방어 능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퓰너 회장은 또 “이 법안을 ‘공정경제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누구에게 공정하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정부 주도의 법적 절차를 통해 기업을 규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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