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법정싸움 이겨도…'항공사 빅딜' 동력인 여론은 '싸늘'
입력 2020.11.25 18:17
수정 2020.11.25 18:17
이동걸 회장 직접 나서며 KCGI와 연일 여론전 "경영권 방어용 아냐"
식어가는 여론 다잡을 묘안 필요…'경영미흡시 조원태 퇴진' 안먹혀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시작부터 고비를 맞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이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가 신청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산업은행에게 이번 가처분신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진행된 법원의 최종 판단은 이르면 이번주 나올 예정이다. 법원이 경영권 분쟁 중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위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항공사 빅딜은 사실상 무산된다.
법원이 신주 발행의 목적을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함'으로 판단하면 가처분은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은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통합이 무산될 수 있다며 우려해왔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처분 신청 기각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펴온 논리인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 위기 상황이 인정될 경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인수합병에 법원이 제동을 걸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뒤따른다.
법원 넘어도 '백기사 논란-독과점 우려' 못 씻으면 빅딜 난관
오히려 산업은행이 고심하는 부분은 법원의 판단 보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여론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항공사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여론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 재편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혈세로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이른바 '백기사 논란'과 '독과점 우려'를 좀처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인수 추진계획을 이동걸 회장이 직접 발표한데 이어 지난 19일에도 브리핑을 자청해 이번 빅딜을 둘러싼 KCGI의 반발과 여론의 오해에 대해 해명하는 등 총력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은 경영평가를 통해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담보를 처분하고 조원태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킨다는 방안까지 공개했다. 재벌 특혜 의혹에 대해선 "대한민국에 재벌이 지배하지 않는 산업이 있느냐"며 "항공산업을 지키기 위한 일자리 특혜"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선 이 회장이 자신의 직을 걸고 이번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9월 산은 회장직 연임한 이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항공사 빅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이 산업은행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여론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빅딜 추진 동력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산업은행이 쓸만한 여론전 카드는 다 쓴 것 같은데, 이 회장이 '직을 걸겠다'는 약속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