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 ‘김포·하남·고양’ 간다...“대책 나와도 뾰족한 수 없어”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11.16 15:32 수정 2020.11.16 15:34

그나마 서울 접근성 좋은 접경지역 차선책, 매매·전세가 급등

빈집활용 전세대책, 효과 ‘글쎄’...“근본적 공급대책 내놔야”

“무리해서라도 미리 서울에 집을 샀어야 했는데 제 탓이죠. 태어나 송파구에서 30년, 결혼 후 강동구에서 4년을 살다가 이제 하남으로 밀려나네요.”(강동구 거주 직장인 A씨)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10억원, 전세 가격이 5억원을 넘은 가운데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이 가속화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매매·전세가격 폭등에 빠르면 오는 18일 전세대책을 내놓을 전망이지만,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뾰족한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부동산 전문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3~9월까지 서울에서 순유출(전입-전출)된 인구는 경기도 김포(5505가구)·하남(5024가구)·고양(3703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서울에 직장이 몰려 있다보니 그나마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로 떠날수 밖에 없다”며 “특히 하남 지역은 3기신도시 청약 대기수요가 생기고 있고, 김포·고양 등도 교통호재가 있어 앞으로도 이주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포·하남·고양은 그나마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포와 고양은 서울 마포와 여의도에 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하남은 강남권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


김포에서 여의도역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B씨는 “김포에서 여의도역까지 자동차로 30분이면 간다고 하지만, 출퇴근시간에는 어림도 없다”며 “2~3년 후 비교적 아파트값이 저렴한 신림역 근처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이젠 옛날얘기”라고 말했다.


서울 거주자가 가장 많이 매입한 곳은 고양시 아파트였다. 올해 9월까지 서울 거주자는 고양시 아파트 4246가구를 사들였다. 연평균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치다. 일산 서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임대차2법 시행 전후로 서울에서 이사 오려는 젊은 부부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11월 9일 기준 김포시는 전주대비 1.91%, 고양시 0.32, 하남시는 0.13%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고양시 0.38%, 하남시 0.17%이 올랐다. 특히 비규제지역인 김포는 최근 2주 동안 4% 가까이 급등했다.


문제는 정부의 전세대책이 나오더라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을 잡기가 요원하다는 것이다. 양 연구소장은 “지금 부동산 시장 혼란은 공급 때문”이라며 “부동산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꾸려나가야 하는데 땜질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당장 누구도 해결방법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빈집을 사들여 다시 전세로 공급하는 매입임대나 전세임대가 방책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역시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빈집을 활용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빈집으로 남은 이유는 입지와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어떤 전세대책이 나와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소장은 “지금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이기에 임대와는 상관없다”며 “재건축·재개발이나 3기신도시 속도를 내는 등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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