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코로나 재확산 속 '진퇴양난'(종합)
입력 2020.10.14 10:50
수정 2020.10.14 10:50
'역대 최저' 0.5% 금리, 3회 연속 유지 결정
부동산·주식 시장 과열 부작용 우려에 '발목'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 결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지만, 제로금리를 등에 업고 확대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쏠리며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탓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16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달 23일부터 29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전원이 이번 금통위에선 기준금리가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유지하게 됐다. 한은은 올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크게 추락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경기 부양 조치였다. 한은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1998년(-5.1%)이 마지막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성장률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당장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이는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또 올해 1분기(-1.3%)보다도 역성장 폭이 더 확대됐다.
하지만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상황이 기준금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기준금리가 급락한 이후 빠르게 확대된 시중 통화량이 민간 소비나 기업의 유동성을 개선시키기 보다는 부동산과 증시로 쏠리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또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계 대출의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주택 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더딘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수출 부진이 완화됐으나,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미약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계속 부진했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간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