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숫자’로 증명한 트로트의 현주소
입력 2020.10.06 00:00
수정 2020.10.05 23:39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트로트 ‘스타’들이 대거 탄생한다. 그야 말로 ‘트로트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추석연휴 TV 프로그램 역시 트로트로 시작해 트로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은 것도 그렇지만 트로트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숫자’, 즉 시청률로도 증명이 됐다.
추석 연휴 내내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한 건 ‘가황’ 나훈아였다.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KBS2는 나훈아의 언택트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편성했다. 나훈아는 무려 15년 만의 방송 나들이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관객들 1000명으로 제한해 녹화를 진행했다.
나훈아의 진가는 시청률로도 증명됐다. 이날 방송은 무려 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황금시간대 고정 시청층을 보유하고 있는 KBS2 주말극에서나 볼 수 있던 숫자다. 큰 화제에 힘입어 KBS2는 3일 오후에는 콘서트 비하인드를 담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편성했고, 이 역시 심야 시간 방송됐음에도 18.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훈아가 베테랑 트로트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자랑했다면, 추석 당일인 1일 방송된 TV조선의 ‘2020 트롯 어워즈’는 선배 가수들과 후배 가수들의 조화를 꾀했다. 트로트 100년의 역사를 되짚으면서도, ‘미스터트롯’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후배 가수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면서 특별한 재미를 줬다. 대상은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에게 돌아갔고, 임영웅은 남자신인상 등 6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방송은 시청률 22.4%를 기록하면서 ‘트로트 오디션 명가’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젊은 트로트 인재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작도 있었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 10월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추석 특별판을 편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로 케이트로트 지역 대항전을 표방한다. 이날은 전현무의 진행으로 선발된 80팀의 모습이 공개됐고, 10.7%의 의미 있는 시청률을 냈다.
이밖에도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6’는 지난 2일 추석 특집에서 설운도를 원조 가수로 내세워 시청률 5.789%로 종합 6위와 예능 5위의 성적을 거뒀고, SBS에서는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 MBN ‘보이스트롯’ 추석 특집 등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전파를 탔다.
트로트의 인기는 비단 이번 추석 연휴만이 아니었다. 이전부터 방송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로트를 메인으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은 물론 스핀오프, 프로그램 속 작은 주제로 트로트를 다루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유재석의 부캐)이 탄생하고, 여러 방송을 통해 다비이모(김신영의 부캐)가 이슈였다.
추석연휴 기간에 많은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트로트만큼 좋은 게 없다. 특히 올해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다수 생겨나고 이에 따라 젊은 팬층까지 유입되면서 여러 세대의 가족들이 모인 추석에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이는 단순히 추석에 한정돼 끝날 인기도 아니다.
추석연휴 맛보기로 편성된 ‘트로트의 민족’이 본방송을 앞두고 있고, KBS2 ‘전국트로트체전’도 론칭된다. TV조선은 ‘미스트롯2’로 다시 한 번 신드롬급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일각에서는 트로트 프로그램의 범람이 자칫 장르나 가수들의 이미지를 빠르게 소비한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지만, 트로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송가의 트로트 활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