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공무원 총살 만행] 문대통령, '종전선언' 전 알았나 몰랐나
입력 2020.09.25 00:00
수정 2020.09.25 06:05
인지 시점 논란…"유엔 연설 15일 녹화, 18일 송부 수정 불가"

문재인 대통령의 '연평도 피격 사건' 인지 시점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공무원인 우리 국민을 총격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고 알려진 날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종전선언' 언급이 있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과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22일 18시 36분, 文 공무원 실종 서면보고 받아
22일 22시 30분, 靑 北 피살·시신훼손 첩보 입수
청와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실종'을 인지한 날은 22일 오후 6시 36분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전날 발생해서 수색 중이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의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후 22일 22시 30분 북한이 월북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을 훼손했다는 첩보가 청와대에 입수됐다. 하지만 신빙성이 있는 첩보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는 않았다. 이 첩보의 신빙성을 파악하기 위해 23일 새벽 1시부터 2시 30분까지 관계장관회의가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 비서실장,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23일 1시~2시 30분 청와대서 관계장관회의 개최
23일 1시 26분 文 유엔 총회 '종전선언' 호소 연설
논란의 핵심은 이 시간에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23일 새벽 1시 26분부터 16분간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조와 지지를 호소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문 대통령의 연설 시점에 총격 피살과 시신 훼손 첩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야권은 문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알면서도 종전선언을 언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3일 8시 30분 文 '총격피살·시신훼손' 첫 대면보고
24일 8시 관계장관회의…9시 文 두 번째 대면보고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첫 대면보고를 받은 시각이 23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라고 설명했다. 즉 문 대통령은 총격 피살 및 시신 훼손에 대한 내용은 이때까지 몰랐다는 것이다. 특히 야권이 문제 삼는 대통령의 연설은 이미 지난 15일 녹화돼 18일 유엔 현지에 보내졌기 때문에 연설을 전면 취소하지 않는 한 연설 내용을 수정할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첫 대면보고를 받은 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 대면보고를 받은 건 24일 오전 9시다. 앞서 오전 8시에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고, 국방부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분석 결과를 통보받은 후였다. 이 내용을 국가안보실장과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대면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첩보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문 대통령은 신빙성이 높다는 답변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NSC 상임위는 24일 정오에 열렸고, 사무처장인 서주석 안보실 1차장은 같은 날 오후 3시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를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문 대통령이 신빙성 있는 '총격 피살·시신훼손' 내용을 인지하기까지의 시점과 유엔총회 연설 자체는 관련이 없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文 "용납 못해…北 책임 있는 답변·조치 취해야"
문 대통령은 24일 NSC 상임위 회의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 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틀이 지나서야 이를 공개하고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한 지적이 나오자 "(첩보의) 신빙성이 높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사살해서 시신을 훼손한 것이 사실인지 파악하는 데 여러 정보와 방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첩보만 갖고 발표할 수는 없다"며 "청와대가 아주 긴박하게 대응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