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미운 우리 새끼’ 홍진영·홍선영 자매가 불편하신가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9.15 00:04
수정 2020.09.15 00:05

홍진영과 홍선영 자매가 대중들에게 ‘미운 우리 새끼’ 취급을 당하고 있다. 방송 초반부터 두 사람의 등장에 의아함을 내비쳤던 것을 넘어 최근에는 인신공격을 하는 등 악플의 수위도 심각해지고 있다. 대중이 두 사람의 출연을 불편해하는 건 모르긴 몰라도 제작진의 책임이 절대 작지 않다. 도를 넘어선 악플도 문제지만, ‘이슈’에만 몰두하는 제작진의 태도가 사태를 점점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홍진영과 홍선영 자매를 출연시킨 것이 ‘기획 의도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당초 ‘미우새’는 나이 든 엄마가 화자가 되어 싱글족 아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모자지간의 육아 일기를 모티브로 하는 관찰 예능으로 기획됐다. 철부지 같은 자식과 늘 자식 걱정인 모자지간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모자지간’이라는 틀을 깨고, 홍진영과 홍선영 자매를 출연시키고, 그의 어머니를 스튜디오에 모시면서 ‘모녀지간’까지 범위를 넓힌 것으로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살면서 철부지 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지나치게 이들의 일상을 작위적으로 꾸며놓으면서 출연 자체의 의도에 불순하다는 대중의 의견이 빗발쳤고, 대중의 반감을 샀다. 물론 홍진영과 홍선영 자매만의 일은 아니다. ‘미우새’는 이들은 물론, 다른 출연자들도 ‘리얼’한 일상이 아닌 철저히 ‘콘셉트’ ‘각본’에 의존한 듯한 작위적 연출로 이미 그 인기를 잃은지 오래다.


한 예로, 홍선영의 웨딩드레스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선 방송에서는 홍선영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과 그에 따른 홍진영, 스튜디오에 있는 어머니들의 반응을 예고편으로 내보내면서 마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듯 꾸며냈다. 하지만 이 예고편이 화제가 되자 홍진영은 “방송 콘셉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무리 예고편이라지만 호기심 유발을 넘어선 무리한 편집이 시청자들의 오해를 사게 된 셈이다. 이는 꾸준히 제기됐던 시청자들의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화제성에만 매달린 ‘미우새’의 태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제작진의 실수와 욕심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출연자들에게 돌아간다. 홍선영은 앞서 SNS에 한 네티즌의 DM을 캡처해 올리면서 “내가 님한테 뭘 그리 잘못했는지. 나를 TV에서 볼 때마다 거친 말을 하는 당신을 보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근데 이번엔 너무 갔다. 나 그만 미워해.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를 보는 것만으로 싫어하면 나도 사람인지라 좀 그렇다. 당분간 집에 있어야겠다. 급 우울해진다”고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홍진영도 ‘미우새’에서 “언니가 욕먹을 때 나 때문인 것 같아 항상 미안했다. 우리 사이를 잘 모르고 언니란 사람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언니 욕을 하면 너무 속상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언니가 옆에 있어줘서 내가 힘들 때도 잘 버틸 수 있었다. 언니 없었으면 진짜 우울증 걸렸을 것”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두 자매가 나누는 솔직한 대화는 시청자들의 큰 응원을 이끌어냈다.


안타깝게도 응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분명 홍진영, 홍선영 자매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함에도 제작진은 이들의 이야기를 결국 ‘다이어트’와 ‘싸움’으로 몰고 간다. 물론 이를 두고 ‘평범한 일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자매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소소한 말다툼이 오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끼가 넘치는 두 자매를 프로그램에 섭외해놓고 매번 시청자들을 두 사람 싸움의 구경꾼으로 만드는 것은 대중의 피로감을 높인다. 심지어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노사연을 초대해놓고서도 싸움구경만 시키고 퇴장시켰다. '솔로몬'을 자처한 노사연마저 얼굴에 피로감이 가득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도를 넘어선 악플을 쏟아내는 것이 정당화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어떤 불평을 가지고 있는지 인식해야할 필요성은 있다.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제자리에 머무르기는커녕 오히려 외면을 당하게 된다. 사실상 제작진의 현재 태도를 보면 ‘악플도 관심’이라고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관심은 언제든 돌아 서도 이상할 것 없는 관심이다. 그것도 출연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만 남긴 채 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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