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 車산업연합회장 "상법 개정안, 적군에 기밀 허용하는 것"
입력 2020.09.10 09:30
수정 2020.09.10 09:27
"감사위원 분리선임…변칙적 이사선임 제도 창설 우려"
"내부거래규제 강화는 정당한 내부화도 위축시킬 것"
車산업연합회 등 26개 단체 제 5회 산업발전 포럼 개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적군이 우리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10일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지배구조·내부화관련 규제정책과 기업성과’를 주제로 열린 제5회 산업 발전포럼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은 시점이 적절한 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 회장은 “상법 개정안 문제는 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주주들의 일반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는 회사 주인인 주주들의 일반 의사를 대표하기 위해 총회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1/4이상 수로써 선임한다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학자들도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입법사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의 일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선임된 이사가 참여한 이사회의 의사결정으로 회사가 손실을 본 경우 대주주 등의 책임도 지분만큼 발생할 것"이라며 "이사회 의사 결정에는 제한적으로 참여하면서 책임은 지분율만큼 지게 되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액주주보호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감사나 이사 선임 제도를 통해 외국의 경쟁기업이나 투기자본이 추천한 인사가 감사와 이사로 선임되는 경우 우리 기업의 일상 경영관련 비밀정보가 외국 경쟁 기업이나 투기자본으로 새나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리는 적군 작전회의에 참여할 수 없는 반면, 적군은 우리 군 작전회의에 참여해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입법 취지는 살리면서 부작용은 막는 좋은 법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는 “개정안은 정당한 내부거래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지혜로운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사익편취대상 기업을 상장기업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율을 30%에서 20%로 낮추는 것은 거래비용 최소화를 위한 정당한 내부화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거래에서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성과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인한거래비용 최소화를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내부거래”라고 주장하며 “내부거래가 확대되는 경우 관리/조직비용이 늘어나게 되므로 거래비용과 내부화 비용의 균형점이 찾는 노력이 필요한 바, 시장거래비용 축소 폭이 내부화 비용 확대 폭과 같아지는 점까지는 내부화가 정당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행 사익편취 개념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 공여여부 보다는 회사에 손실을 발생시킨 여부로 판단해야 하며, 사익편취 규제 대상도 고의적∙불합리한 내부거래로 인해 회사에 실질적 손실을 발생시킨 자로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의 부작용이나 단점을 보다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축사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와 이로 인한 국제경쟁력 약화 등은 외국 입법례의 유무를 떠나 국가경제발전의 발목잡기를 넘어 사회전반 가치체계 정상화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2만4141건의 법안 중 3923건이 기업규제 관련법안으로, 가히 입법규제 천국이라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들이 기업들에게 살인적 바이러스로 작용해 백약이 무효한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떠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회생 불가능한 경제생태계가 되기 전에 전조와 싹을 도려내고 막아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주주 재산권 침해의 위헌 소지"
송원근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외환위기전 대기업집단은 오너경영을 통해 고부가가치 신산업 진입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선진화에 기여했지만, 과도한 사업다각화에 따른 차입경영이 IMF 관리체제의 진입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현재는 IMF 권고에 따른 기업지배구조 개혁으로 대기업 집단의 차입경영 패턴은 사라지고, 수익성과 안정성이 제고되는 성과를 얻었다”면서 “다만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배당성향이 상승한 반면 장기성장을 위한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 등 주주권 보호 강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편 추진이 단기 이익 추구 및 투자 부진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제적 성과 관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편법적 이사 선임제도를 창설하는 것으로, 대주주 의결권 제한으로 재산권 침해의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며 동시에 최대주주의 이사선임 의결권까지 제한하는 해외 입법례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권리 보호 대상인 소수주주가 아닌 기업의 잠재적 경쟁자, 경영 인수 가능성이 있는 주요 주주, 해외 거대 금융자본 배경 펀드 등이 남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수직계열화(내부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은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확인되며, 코로나 이후 GVC 약화로 내부화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안(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으로 “대기업 집단의 장점인 내부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제약, 내부화 제약에 따른 외부화 혜택의 해외기업 수혜 가능성, 지주회사 체계전환을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만들 우려”를 지적했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발표에서 “정부안과 의원 안에 공통으로 들어가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 주주의 이익이 자회사 주주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 출발 선상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며 “본 제도로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국내 기업집단의 소송리스크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의 경우 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라며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소수 주주를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기관투자자에게 유용한 제도일 수 있어, 기관투자자의 행동주의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기업의 장기성장에 방해받을 것”을 우려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일률 규제 타당하지 않아"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 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하는 것은 “기업 및 기업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이익을 사회 환원토록 적극 장려하는 선진국 공익법인 제도와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부합하지 않은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공익법인의 건실한 운영과 공익법인에 대한 감독기능 강화를 전제로, 공익법인 주식보유 한도 확대, 세제상 인센티브 확충, 자산운용 범위 확대 등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의 경우 “부당한 내부거래 규율이 현행법 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정상적 거래임에도 사익편취로 보고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산업 및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 내부화와 특정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내부화”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고소∙고발, 중복조사 등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