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뮤지컬은 '해제' vs 대중음악은 ‘통제’…모호한 기준 '지적'
입력 2020.07.23 07:00
수정 2020.07.23 07:59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결국 24~26일 공연 잠정 연기 결정
“대중음악 공연은 다 망하라는 건가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시장은 최악의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 대중음악 콘서트는 물론, 뮤지컬, 연극 등도 연일 취소와 잠정 연기를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장르별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뮤지컬 등의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도입해 진행하고 있고, 정부도 공공시설 중심으로 52일 만에 강화 조치를 일부 완화하면서 국립중앙극장, 예술의전당, 국립극단 등 수용인원을 50%로 제한해 공연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비해 여전히 대중음악에 대한 제한적 조치가 나오면서 대중음악 공연 관계지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등이 진행되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 KSPO돔과 핸드볼 경기장에 대한 송파구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 때문이다.
지난 21일 송파구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을 차단하고자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 공고’를 내고 현재 대규모(5000석 이상) 공연 집합 금지처분을 내렸고, 공연장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가장 높은 ‘심각’ 단계 유지 중이며 최근 들어 5일 내 9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송파구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같은 결정을 한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같은 송파구 내에 1200석 규모 뮤지컬 전용관 샤롯데씨어터에서는 지난 21일에도 공연이 진행됐고, 좌석 띄어 앉기 등 기본적인 방역조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계자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의 제작사인 쇼플레이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쇼플레이 관계자는 24일부터 26일까지 공연의 잠정 연기 소식을 전하면서 “정말 당혹스럽다. 4일간의 셋업을 마치고 리허설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이런 통보를 받고 출연자와 수백여 명의 전 스태프들이 넋을 잃었다. 깊이 있는 논의 없이 공연 3일 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처사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분개했다.
실제로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좌석간 거리두기 지침으로 공연장 수용인원인 1만 5000석 중 3분의 1정도인 5200석만 사용할 예정이었다. 또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은 물론 관할구청 및 공연장에서 추가로 요청하는 방역수칙을 보완하고 관계기관에 문의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역 비용으로만 총 10억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통보에 조명을 공연 물품과 방역장비 등은 공연장에 묶인 상태로 제작사는 “기획사가 감당해야할 공연 제작비용 수십억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송파구는 올림픽공원 내 KSPO돔과 핸드볼 경기장은 각각 1만 5000석, 5000석 규모의 대형 관람석을 갖춘 대규모 공연이 가능한 실내 체육시설로 밀폐된 공간에서 대규모 인원이 장시간 머무를 경우 감염병 전파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증상자의 경우 통제할 방법이 없어 N차 감염이 우려되고 확진자 발생 시 인원이 많아 신속한 역학조사 및 감염대처가 어려워 긴급한 집합금지 명령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송파구청의 입장이다.
현재 서울 시내 연극, 뮤지컬 공연장은 정상적으로 관객들을 받고 있는데 다만 대학로 뮤지컬·연극 공연장은 관객이 수백명에 불과하고 대형뮤지컬의 경우도 최대 관객은 3000명가량이다. 그리고 이들 공연장은 체육 시설이 아닌 공연 전용시설이라 동선 등의 관리가 용이하다. KSPO돔과 핸드볼 경기장은 본래 체육시설이다.
다만 단순히 좌석 간격이나 방역 대책, 실제 수용 관객수 등의 실제적인 기준이 아닌 공간 자체의 크기로 제한을 하는 것은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공연 개최 전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고 진행하려던 공연 개막을 사흘 앞두고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에 있어서도 대중음악만 제외되더니,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번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가요계의 콘서트 재개에 신호탄이 되어 줄 것으로 예상했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크다.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콘서트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피해가 막심한 상황인데, 정부 지침에 따라 방역을 철저히 한다고 밝혔음에도 무작정 공연을 며칠 앞우고 공연장의 문을 닫아버리는 행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대중음악 콘서트는 다 망하라는 것 밖에 더 되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