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⑮] ‘오페라의 유령’ 루울 뷰크스 “코로나19에도 무대 설 수 있음에 감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10 13:28
수정 2020.08.07 14:31

8월 7일 서울공연 폐막 후 대구 공연 예정

“다재다능해야 하는 앙상블, 모든 작품서 중요한 역할”

ⓒ에스앤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배우 루울 뷰크스(Rouel Beukes)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테비 역)과 “당신을 위한 우리”라는 의미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작품 ‘Ons Vir Jou’(De La Rey 장군 역)을 꼽았다. 이 공연에서 주연 배우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그런 루울 뷰크스에게 또 하나의 의미를 지닌 작품은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다.


무려 42년 동안 오페라와 뮤지컬 등 140여 편의 작품으로 무대에 선 그에게 이번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은 더 없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9월 27일 런던 허 마제스티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브로드웨이, 에스트엔드, 일본, 아시아 및 유럽 투어 무대 등 총 4~5개 무대가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왔지만,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을 제외하고 장기 휴업 상태다.


루울 뷰크스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무대의 상부 담당자인 조셉 부케 역을 맡고 있다. 또 ‘일 무토’ 장면에 나오는 돈 아틸리토 역할과 오페라하우스의 극장장 중 한 명인 피르맹 역할도 언더스터디로 맡고 있다.


- ‘오페라의 유령’과는 매우 인연이 깊은 것 같습니다.


2004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로듀서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저를 알고 있었던 그가 당시 준비하고 있던 ‘오페라의 유령’ 남아아프리카공화국의 프로덕션에 제가 오디션을 보러 와주기를 요청했죠. 그때 오디션을 통해서 캐스팅 됐고, 처음으로 ‘오페라의 유령’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사실 첫 순간의 무대는 떠오르지가 않네요. 하하. 당시 공연이 끝나고 저에게 2005년 아시아 투어 합류를 권유했지만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2011 부터 시작돼서 2015년에 끝난 25주년 기념 내한공연 다시 한 번 참여 제안을 받았고, 이번 투어에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대구 앙코르 공연을 포함하면 이번이 한국에서의 세 번째 공연이네요.


- 무려 2000 회가 넘는 공연들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제 거의 2500회가 다 되었네요. 현 시즌이 끝나면 2500회가 넘을 거예요. 저는 ‘오페라의 유령’의 일원으로 살아온 오랜 기간 동안 저의 경험을 책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매 공연은 항상 도전입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수많은 약속이 있는) 아주 까다로운 공연이기에 모든 캐스트들은 부상에 주의해야하며 항상 준비되어야 있어야하고, 배우간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게 모든 캐릭터에 두 명의 언더스터디가 있죠. 저의 캐릭터(조셉 부케)와 별개로 다른 두 캐릭터인 피르맹과 돈 아틸리오 언더스터디도 맡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몇 분 내로 다른 캐릭터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네요.


ⓒ에스앤코

- 무대에 서면서 어려운 점들은 없나요?


무대에 설 때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포함하여 극 중 함께 연기하고 있는 발레 댄서들의 안전에 가장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젊지 않고, 제 신체 역시 예전과 같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다치지 않고 공연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모든 움직임에 주의하고 있습니다.


-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요?


오랜 시간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람입니다.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죠.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보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들의 얼굴에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기쁨과 행복의 얼굴로 빛을 내며 극장을 나서는 것을 보면 이보다 더 한 보람은 없어요.


- 노래와 연기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그만큼 체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저는 건강하게 먹고, 충분히 쉬고,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상쾌한 산책을 하면서 폐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려고 하죠. 또한 엘리베이터 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 역시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캐릭터를 그릴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조셉 부케 역과 앙상블로서의 카메오 역할 자체에 집중합니다. 설명을 붙이자면 모든 무대에는 역할 외에 그 공연을 완성시켜주는 다양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장면마다 그 역을 맡는 사람이 앙상블이죠. 대사가 없어도 그 장면에 반드시 필요한 그 카메오 역을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것이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대 뒤에서 노래를 하는 장면도 많은데,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아도 연기를 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 국내외의 앙상블에 대한 인식 차이도 듣고 싶습니다.


앙상블로서 우리는 모든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 전개가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은 역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다재다능해야합니다. 연기와 노래, 안무는 물론이고 소품을 이동시키는 등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도 있어야 하고요. 아마 이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을 것 같네요.


-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높고,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 공연을 이렇게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주 비극적인 이야기와 크리스틴과 유령, 라울의 삼각관계, 아름다우면서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와 화려한 세트와 의상 그리고 사랑스러운 음악, 이 모든 것의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요? 여러분은 좌석에 앉아서 즐기시기만 하면 된답니다.(웃음)


- 관객들이 즐기는 방법도 각 나라별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나라의 관객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자막을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관객들의 집중이 공연 자체에만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몇 나라에서는 공연을 실제 보는 것보다 (절대 허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았어요. 특히 저는 한국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공연을 보신 후에 느꼈을) 감정이나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고 있어요. 그러한 점은(관객들의 반응은) 예술가들에게는 전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국관객들 보다 훨씬 내성적(소극적)인 관객들인 나라도 있답니다.


ⓒ에스앤코

- 코로나19 상황 속에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거죠. 전 세계의 모든 극장들이 문을 닫았고, 수천 명의 예술가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일 무릎을 꿇고 신께 감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 철저한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배우로서 심적인 불안감도 있나요?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엄격한 가이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이 밀집한 지역은 가지 않습니다. 또 가능하면 자주 손을 씻고, 움직임을 자제하고, 건강하게 먹고,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고, 가능한 한 사회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두 명의 자녀와 두 명의 손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가족들도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저는 이제 결혼한지 42년이 됐어요. 두 자식도 이미 결혼해서 세 명의 손주도 있죠. 가장 어린 녀석은 몇 주 전에 태어났는데, 저는 막내 손주를 영상으로만 봤습니다. 다행히 매일 전화와 영상통화를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아내는 한국에 있는 동안 계속 저와 함께 있으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불가능해졌죠.


-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를 들려주세요.


제가 삶에서 목표한 바를 모두 이루었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축복받았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더 공연을 할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더 오랫동안 공연에 서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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