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넥스트노멀] 네이버-신한 경쟁자로…'디지털금융 전쟁' 격화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입력 2020.06.15 06:00
수정 2020.06.15 08:35

"금융도 합니다"…통장 출시한 네이버·SKT-페이 이어 펀드 파는 카카오

금융권도 모바일 강화·혁신금융서비스로 반격…관건은 '플랫폼 주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 패턴이 가져올 변화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경제 대동맥 역할을 하는 금융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언택트’ 기류와 함께 성큼 다가올 금융의 새로운 지형은 한국 경제의 나침반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금융 넥스트노멀의 다양한 모습과 이에 대한 생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금융회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금융서비스시장이 디지털금융과 언택트(비대면)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형 ICT기업들의 공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한 카테고리로 묶일 것 같지 않던 신한은행과 네이버, 카카오 등 금융권과 빅테크 간 경쟁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도 합니다"…통장 내놓은 네이버·SK-페이 이어 펀드 파는 카카오


최근 국내 IT기업의 대표격인 네이버가 통장을 출시했다.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에서 나온 첫 시도로, 미래에셋대우증권과 손을 잡고 수시입출금 CMA통장을 선보인 것. 예치금(100만원 한도)에 따라 3%의 이자수익이 제공되며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 충전 결제시 3%의 포인트 적립혜택도 받을 수 있다.


대형 통신사인 SKT도 산업은행과 함께 15일 통장(T이득통장) 출시에 나선다. SKT의 T이득통장은 기본금리 1%, 우대금리 1%로 최대 연 2% 금리를 복리로 제공한다. SK텔레콤 이동통신 회선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최근 시중은행 수시입출금 예금금리가 제로금리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곳 모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혜택이다.


그런가하면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은 펀드 출시 100일 만에 펀드 계좌가 20만좌를 넘어섰다. 지난 2월 첫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 이용자 수는 일찌감치 100만명을 돌파했고 이달부터 시작한 ‘알 모으기’ 프로모션 역시 일주일 만에 10만 명이 신청하는 등 행보 하나하나마다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진입문턱이 높았던 기존 시장과 달리 소액으로도 손쉽게 투자가 가능해 일상생활 속 투자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창구 대신 비대면" 모바일앱 강화·혁신금융서비스 도전…금융권 ‘맞불’


이처럼 거침없는 빅테크 기업들의 진격에 맞서 금융권도 모바일채널 강화나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는 등 반격 채비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산관리 전문가가 태블릿PC를 통해 모바일 상담을 해주는 ‘스마트 화상상담 시스템’ 서비스를 금융권 최초로 선보이는가 하면 캐나다 AI기업과 함께 인공지능(AI) 투자자문 플랫폼 고도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또 '신한 쏠'과 '신한페이판' 등 모바일앱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도 최근 ‘디지털혁신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 일환으로 손태승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은 그룹 경영협의회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 모바일플랫폼체계 구축 등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다음달 중 자사 모바일앱 '하나원큐'를 모바일지점 형태로 탈바꿈시켜 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출범한 하나손보 역시 '디지털 기반 종합 보험사'로의 출발을 공식화했다.


한시적으로 규제 숨통을 열어주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의 제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리브엠' 서비스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에 출사표를 냈고 우리은행은 신세계백화점과 제휴를 통해 차 안에서 환전한 돈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드라이브스루 환전 서비스'를 선보였다. 농협손보와 현대해상, 한국투자증권 등은 보험상품 가입에 사용할 수 있는 보험쿠폰이나 주식상품권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플랫폼 주도권' 누가 잡느냐 관건…'혁신 vs 안정성' 고객 신뢰 확보 최우선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업권을 막론하고 디지털혁신 노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열을 가르는 핵심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채널을 통해 비교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골라 사용하는 방식이 보편화된 만큼 편의성과 혜택 등을 기반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주거래 플랫폼'으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기존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체 IT인프라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한 분석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은행과 증권, 보험으로 대표되는 전통 금융회사의 경우 수십년 간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가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금융발전심의회에서 "비대면,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는 자금공급자와 자금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등 자금중개자로서 금융회사의 존재를 옅게 만들고 인간없는 금융서비스 공급을 나날이 확대시켜 가고 있다"면서 "디지털 혁신이 금융에 가져올 위험과 기회요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플랫폼의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토스발 금융사고로 핀테크 보안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의 잇단 탈퇴 움직임이 하나의 예시로 꼽힌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안보다 간편성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며 "서비스가 한 번 잘못돼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금융거래 안전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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