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하…마이너스 성장 가시화에 '초강수'(종합)
입력 2020.05.28 11:07
수정 2020.05.28 12:35
3월 0.5%P '빅 컷' 이후 두 달여 만에 추가 조정
경제 역성장 우려 현실로…"코로나 악영향 지속"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전격 조치다. 한은이 얼마 전 유래 없는 0%대까지 기준금리를 내려 둔만큼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볼 것이란 의견이 다소 우세했지만,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심화하면서 인하시기가 앞당겨진 모양새다.
한은은 28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한은의 이번 결정은 금융권의 전망을 빗겨간 행보로 평가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3~19일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79%명은 이번 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상태였다.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 답변은 21%에 그쳤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은이 앞선 금리 인하 영향을 좀 더 충분히 살핀 뒤 방향성을 정할 것이란 관측이 자리하고 있었다. 앞서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가져간 지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만큼, 금융시장의 여건이 불안하지 않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최근 채권 시장과 주식 시장 모두 어느 정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3일 연 0.86%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뒤 전반적으로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초 이후 두 달 반 만에 2000선을 넘어섰다.
아울러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재확산이나 그에 따른 금융 불안에 대비할 여력을 남겨놔야 한다는 측면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남겨 둘 것이란 전망의 근거가 돼 왔다. 금리를 끝내 내리더라도 다음 달 쯤으로 예견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 이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하지만 금통위가 가까워오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점점 커져 온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악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표로 확인되기 시작하면서다.
결국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계를 앞당겼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발표 이후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춰 잡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예상치였던 2.1%에 비해 대폭 하향된 수치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중 GDP 성장률은 지난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0% 내외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신임 위원으로서 처음 금통위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조윤제 위원은 의결에서 제척됐다. 이는 조 위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초과 보유 주식에 대해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고 있어서다. 한은법상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발생할 경우 금통위 의결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