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두산重 구조조정…자구안 효과 얼마나?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5.12 14:06
수정 2020.05.12 14:25

두산타워 매각 급물살…그룹 전반 사업부·자산 매각 수순

주요 매물 흥행이 관건…두산인프라·밥캣 지속 관심

두산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두산

채권단으로부터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지원받은 두산그룹이 3조원 규모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자산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산이 추진하는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해 사업부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마련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두산타워를 시작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잠재 매물들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산은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과 두산타워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타워는 두산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로, 1999년 두산건설이 시공한 뒤 20년 넘게 그룹 사옥으로 사용중이다.


매각 가격은 2018년 두산이 두타몰을 흡수합병할 당시 확인된 두산타워의 장부가액(6811억원)과 유사할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시장 예상가 대로 계약이 성사되면 보증금과 세금 등을 제외하고 약 100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두산은 2018년 두산타워를 담보로 4000억원 가량의 자금(회사채 및 담보대출)을 빌렸다.


두산건설의 논현동 사옥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논현동 사옥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오리콤이 각각 81%,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매각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외에 주요 사업부 및 계열사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두산과 두산중공업의 비핵심 자산 및 사업부문이 대거 매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이미 시장에 나와있다. 이번 매각으로 8000억원~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한다.


(주)두산이 가진 두산솔루스 지분은 약 17%에 불과하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들이 61%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두산은 주요 대기업 및 사모펀드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추진중이다.


두산솔루스 외에 연료전지 사업을 운영하는 두산퓨얼셀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두산퓨얼셀은 시장 진입 후 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도 1조원 이상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외 (주)두산의 모트롤BG, 산업차량BG 등 사업부문과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BG 중 수처리 플랜트 사업 등도 물망에 오른다.


이 밖에 강원 춘천에 소재한 골프장 라데나CC, 강원 홍천에서 운영하는 클럽모우CC도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겠다'는 의지로 3조원대의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금 확보가 시급한 두산 사정 등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제 값'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거론된 매물들은 선호도가 높지 않은 만큼, 프리미엄 받기가 어려워 자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빠른 방법은 두산인프라코어·밥캣 등 우량 계열사를 매각하는 것이다. 사실상 두산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 매각 흥행이 점쳐지나 그룹으로서는 주요 성장동력을 잃는 뼈 아픈 일을 감당해야 한다.


한편 채권단은 이달 중순께 두산중공업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두산과 두산중공업은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자구안 관련 논의를 확정지을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재무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며 "예상 규모과 시기를 놓고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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