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당선] '절실함'에서 전해철 앞섰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5.08 04:00
수정 2020.05.08 05:18

"마지막"이라며 배수진 치고 간절히 지지호소

'비문' 이인영에 패했던 경험 살려 '균형감' 강조

초선 다수, 金 현장연설 듣고 표심 확정

정책위의장 등 경험서도 전해철 보다 좋은 평가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전해철 의원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이 표심을 확정하지 못한 초선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해 경선에서 ‘친문 당권파’ 색채를 지나치게 강조했다가 ‘비문’ 이인영 전 원내대표에 패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은 것도 승리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장연설로 마지막에 몇 표는 움직였다. 역대 선거에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여러 사유로 마음을 미리 정해놓은 분들이야 현장연설에서 흔들리지 않겠지만, 아직 정하지 못한 분들은 김 의원의 마지막 연설을 듣고 마음을 굳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의원들이 ‘인상적’이라고 꼽은 대목은 연설 마지막 부분이다. 김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재수다. 작년에 도전했다가 떨어졌다. 낙선 후 성찰의 시간 동안 많은 의원들을 만나 깊은 말씀을 들었다. 한 분 한 분의 뜻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며 “저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라. 제게 더 이상의 원내대표 선거는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거듭했다.


특히 “작년 원내대표 선거에서 의원들께선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을 선택했다. 그 결과 총선을 앞두고 당에 대한 높은 신뢰가 만들어져서 총선 압승의 기반이 만들어졌다”며 “의원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했다. 지난해 ‘친문 당권파’를 강조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면서 동시에 이번 선거에서 ‘친문핵심’을 내세운 전해철 의원을 겨냥한 말이기도 했다. 이는 사전 배포된 연설문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한 초선의원은 “‘초선 상임위 우선배분’과 국회법 개정 등 두 후보의 공약은 비슷했다. 공약이 표심을 가를 변수는 되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재도전과 마지막이라는 절실함, 당 전체를 아우를 것이라는 기대감 같은 것이 작용했다고 본다. 주변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는데 분명히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정책위의장 경험이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다양한 개혁과제들을 통과시켰고 다수의원들의 입법을 도와줬었다”며 “마음의 빚이 있는 의원들이 있었을 것이고, 이것이 초선의원들에게도 어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또 다른 한 초선의원은 “선거홍보 책자를 보니 정책위의장 하면서 성과를 많이 내셨더라”며 “일하고 싶다고 몇 번을 힘 줘 말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민주당은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당선자 총회를 열고 21대 국회 1기 원내지도부 선출에 들어간 바 있다. 김 의원은 전체 163표 가운데 82표를 얻어 72표에 그친 전 후보를 앞질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그대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이 시기에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맡게 돼 어깨가 매우 무겁다”며 “의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서겠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당을 하나로 모으고 당정청의 역량을 위기극복에 집중시키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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