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급 스릴 '부부의 세계', 인기 '파죽지세'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4.12 09:54
수정 2020.04.12 11:32

'이태원 클라쓰' 넘는 성적

김희애 박해준 연기 '호평'

김희애 주연의 JTBC '부부의 세계'가 매회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12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부부의 세계'는 유료방송가구 시청률 18.816%를 기록했다. 2049 타깃 시청률은 9.0%로 집계됐다.


이는 방송 3주 만에 JTBC 역대 드라마 중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세운 '이태원 클라쓰'(16.5%)를 뛰어넘은 기록이다.


이날 지선우(김희애 분)가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을 지키고 자신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 분)를 도려내는 데 성공했다. 인생을 걸고 불행에 반격한 김희애의 치열한 복수는 완벽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깨고 2년 만에 이태오가 돌아오면서 다시 파란을 예고했다.


모든 진실이 드러나며 지선우와 이태오의 세계는 산산이 조각났다.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이혼 신고서를 보냈고, 여다경(한소희 분)은 이태오의 뻔뻔한 민낯을 보고도 그를 선택했다.


모든 상황이 지선우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었다. 트라우마까지 건드리며 자신을 조여 오는 이태오로 인해 지선우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들한테 달려갔다. 남편에게 받은 배신보다 이준영의 반응이 더 무서웠던 지선우는 차라리 함께 죽기를 바랄 정도였다. 참담한 심정으로 모든 진실을 밝혔지만, 돌아오는 건 아들의 애원과 냉담함이었다.


지선우와 이태오에게 남은 건 들끓는 분노와 증오뿐이었다. 이태오가 지선우의 연락을 받고 집에 왔을 때 차분해진 지선우가 혼자 서 있었다. “다 끝났어. 너 이제 준영이 못 봐”라는 지선우의 말에 이태오가 폭주했다.


“널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면, 난 뭐든 할 수 있다. 평생을 자식 잃은 지옥 속에서 살게 된 소감이 어때”라는 지선우를 이태오가 몰아붙였고, 결국 지선우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흐려지는 지선우의 시선 끝에 아들 이준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목격한 이준영은 이태오에게 “나 이제 아빠 아들 아니야”라고 선을 그었다. 이로써 “이태오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내겠다”는 지선우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폭행 사건으로 이태오에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내려졌고, 이혼은 지선우의 뜻대로 합의됐다. 여병규(이경영 분)는 병원 게시판에 지선우 비방글을 쓴 아내 엄효정(김선경 분)을 보호하고 여다경에 대한 상간녀 소송만은 막아보고자 지선우를 찾아왔다. 그리고 여병규는 이태오와 여다경을 향한 모든 지원을 끊었다. 민현서(심은우 분)도 더는 불행을 피하지 않고 박인규(이학주 분)를 고소했다.


소문을 견딜 수 없었던 이태오와 여다경은 고산을 떠났다. 그리고 2년 뒤, 지선우는 완벽했던 세계를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태오와 여다경이 다시 고산으로 돌아온 것. 심지어 고산 이웃들뿐 아니라, 이준영에게까지 초대장이 도착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었다. 스스로 불행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던 지선우의 행보는 치열하고 또 처절했다. 끝까지 변명하고 지선우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던 이태오는 그의 트라우마까지 이용했다.


지선우는 온몸을 불태워 이태오가 옭아맨 불행과 배신의 굴레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자신을 파괴할지라도 멈추지 않는 지선우의 선택은 때론 위태롭고 무모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지선우가 민현서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처럼, 모든 불행에 맞서길 주저하지 않는 지선우의 행보는 몰입감과 시청자들의 응원을 불렀다.


부부라는 관계의 끝에서 지선우와 이태오는 위선을 집어던지고 가장 뜨겁게 맞붙었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며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김희애, 박해준의 신들린 연기는 압권이었다. 배신과 절망, 분노와 불안 등 치닫는 감정을 넘나들며 부부의 적나라한 민낯을 파헤친 두 사람. 치밀하게 감정선을 쌓아오며 매회 임계점을 올리더니, 6회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방점을 찍었다.


산산 조각난 행복의 파편을 들고 서로의 목을 겨누었던 지선우와 이태오. “부부는 뭐였을까. 함께한 시간은 뭐였으며, 그토록 서로를 잔인하게 몰아붙인 건 뭐였을까”라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답을 유보한 지선우. 그의 내레이션은 ‘부부’라는 관계에 본질적인 물음을 던졌다. 비루한 사랑의 이면을 목도하고도 ‘부부’라는 고리에 집착한 여다경과 무너진 신뢰 앞에서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고예림. 지선우와 전혀 다른 행보를 하는 두 사람의 선택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지선우와 이태오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거짓과 위선의 관계들을 끝내고 지선우는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었지만, 여다경과 함께 돌아온 이태오의 존재는 또 다른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태오가 굳이 고산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시 한번 요동치게 될 지선우의 삶과 선택이 궁금증과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