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 와중에도” 저금리 대출사기 극성…두 번 우는 서민들
입력 2020.03.25 05:00
수정 2020.03.24 17:05
'코로나' 앞세워 저금리 대출상품 안내…앱 설치 유도 후 상환 압박 통해 돈 편취
매출 급감한 자영업자·생활비 절실한 서민…"출처 불분명한 문자에 속지 말아야"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위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요즘 서민들의 불안심리를 악용한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 확산으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수익 감소로 당장 생계가 막막한 서민 등 당장 급전이 간절한 이들이 범행의 주 타깃이 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5일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코로나19로 인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편승해 불특정 다수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지원대출’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이에 회신한 이용자에 대해서는 ‘전화 가로채기 앱’을 설치시켜 금전을 편취하는 방식의 대출사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했다.
단체에 따르면 40살 A씨는 최근 한 대형금융그룹 B사로부터 ‘함께 이겨내요! 코로나19’라는 내용의 대출안내 문자를 받았다. 최대 2억3000만원까지 2.8% 고정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대출조건에 혹한 A씨는 연락에 나섰고 B사 관계자가 시키는 대로 링크를 보내준 은행 앱을 설치하고 신분증도 SNS로 보냈다.
이후 B사는 "이자 연 3.25%, 5200만원 대출이 가승인됐다"며 "기존 저축은행 대출금은 갚아야 하니, 해당 저축은행측에서 전화가 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다음날 A씨가 가입해 있던 저축은행의 채권팀 관계자는 "B금융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돼 약관에 따라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며 압박했다. 알고보니 A씨와 연락을 취했던 B금융그룹 관계자도, A씨가 직접 통화했던 저축은행 관계자도 모두 한통속인 대출사기 일당이었다.
전국 각지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금감원 제주지원에 따르면 제주에 사는 A씨는 지난 11일 시중은행으로부터 ‘2.9~5.8%’의 저금리대출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현재 저축은행을 이용 중이던 그는 이자가 보다 저렴한 시중은행으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에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4800만원 상당을 편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에서도 대환대출을 미끼로 한 대출사기 범죄가 발생해 지자체 차원에서 주의보 발령에 나서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나 SNS 등에서 시중은행이나 공공기관처럼 광고하고 실제로는 고금리대출 상품을 알선하는 대부업체도 늘고 있다. '정부 지원'이라는 광고 문구에 속은 서민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일부 대부업체는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명칭과 유사한 '서민금융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고 또다른 업체는 '저금리 금융지원' 등의 문구로 이용자들을 교묘하게 현혹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코로나 사태에 기반한 보이스피싱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출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출처가 불분명한 대출문자 또는 대출조건으로 앱 설치를 유도하는 경우 100% 사기인 만큼 문자를 삭제하고 앱 설치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만약 앱을 설치했다면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앱 삭제 후 핸드폰을 초기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신분증을 사기범에게 전달하는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면 경찰청이나 금감원에 신속하게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당국 관계자는 "소비자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한 사기범의 유혹에 속아 평생 고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에는 응하지 말고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거래 상대방 신원과 자격 여부를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정책자금의 경우 기관 차원에서 별도의 홍보가 이뤄지지 않고 이용자가 직접 해당기관에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