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러기'아빠 한숨 푹푹, 글로벌 양적완화 환율 급등 '초조'
입력 2020.03.24 14:24
수정 2020.03.24 16:01
양적완화로 수입·유학생 등 환전 업·직종 직격탄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장기적으로는 부작용 경계해야
#.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58)는 2년 전 자녀 조기유학으로 매달 생활비를 송금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송금할 때 부담이 커졌다. 1200원대도 체감상 상당한 금액인데 지금은 1250원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으니 한숨만 늘고 있다.
최씨와 같이 해외 유학생을 둔 기러기 아빠들은 속이 탈 지경이다. 환율 급등으로 달러 환전에서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다.
최씨는 “애 엄마까지 함께 간 상황이어서 내가 송금을 해주지 못하면 생활이 어렵다”며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오르는 바람에 당혹스럽다. 매달 3000달러씩 보내는데 지금 같은 환율이면 평소 보내는 금액보다 70만원 이상씩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국과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안으로 양적완화를 선택하면서 한국경제 득실에 대한 계산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리면서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독일도 국채발행 등으로 시장 안정화에 나서며 환율전쟁에 가세했다.
미국 양적완화는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만큼 치밀하게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전날까지 1273.0원으로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24일 오후 2시 현재 1255.40원으로 전일보다 17.60원 하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선언으로 당분간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차례 미국 양적완화는 분명한 장단점을 노출시켰다. 시장에 돈을 풀면서 확실한 경기부양책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달러 강세로 주변국은 피해 방어에 나서야만 했다.
이번 4차 양적완화 역시 미국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과 유학생들처럼 환전이 필요한 업·직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환전에서 차익이 발생한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수출 중심 제조업이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당시 미국이 발표한 제3차 양적완화 조치 발표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요소가 크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양적완화 조치에 따라 전반적으로는 세계경제, 나아가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순효과가 기대된다”며 단기적으로 시장 불확실성 완화와 경제심리 회복을 통해 세계경제 회복에 도움을 주고 한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동성 확대에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 급격한 자본유입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도 존재한다”며 “양적완화 조치의 중장기적 효과에 대해서 우려하는 의견도 있는 점을 감안해 각국이 보다 정교하게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미국에서 시행했던 양적완화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차례 미국 양적완화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경기부양 일환이라는 성격이 컸다. 결국 3차 양적완화에서 ‘테이퍼링’으로 조기 종료되며 경기부양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양적완화는 미국발 리스크가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에서 발생한 경기위축에 대한 조치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고도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이유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YTN과 인터뷰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전에 비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펼치고 있는 통화완화, 돈 풀기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라고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이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를 해 볼 때 앞서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출발이 미국 부동산 시장이었고 그 과정에서 금융기반들이나 펀드들이 망가지는 이름 그대로 금융위기였다 보니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반면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 출발이 경제 현상이 아닌 질병이었고 그 과정에서 기업이라든가 가계가 피해를 입는 실물경제 충격양상을 띠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단순히 중앙은행들이 돈을 푸는 것만으로는 과거에 있었던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