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빛나는 '배우의 관록'…윤여정 그리고 이정은
입력 2020.03.17 17:26
수정 2020.03.17 17:29
'찬실이는 복도 많지'서 복실 역
'용길이네 곱창집'서 용순 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영화관이 텅텅 빈 가운데도 묵묵히 극장의 문을 두드리며 관객과 만나는 배우들이 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와 '용길이네 곱창집'(감독 정의신)에 출연한 윤여정, 이정은이다.
각각 연기 경력 50년과 30년을 훌쩍 넘어선 이들은 관록의 연기력으로 메마른 극장가에 단비를 뿌린다. 볼 영화가 없는 극장가에선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용길이네 곱창집'은 5일과 12일 개봉했다. 저예산 영화인 터라 더는 개봉을 미룰 수 없는 데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응원도 더해졌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40대 여자 찬실이가 갑작스러운 실직 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 서사의 작품으로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더한다.
윤여정은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았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세심하고 따뜻한 인물로, 일자리를 잃은 찬실이를 살뜰하게 챙겨준다. 윤여정은 '산나물 처녀'(2016)에서 김 감독과 인연을 맺고 이번 작품에 출연했다. 윤여정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세심하고 따뜻한, 정 많은 주인집 할머니 복실 역을 맡아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복실은 툭툭 뱉는 한 마디, 한 마디로 찬실을 울리고 웃긴다. "난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라는 대사에선 삶의 경험이, "사람도 꽃처럼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대사에선 딸을 잃은 엄마의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 관객의 가슴에 콕 박힌다.
영화를 본 한 관객들은 "오랜만에 윤여정 배우의 명연기를 스크린에서 봤다", "윤여정 배우의 말에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등 3관왕을 휩쓸었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관객 1만명을 돌파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한 이정은은 최근 가장 바쁜 배우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까지 석권한 그는 '용길이네 곱창집'으로 또 한번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는 1969~1970년 고도성장기 일본을 배경으로 재일교포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극 연출가 정의신 감독의 동명 희곡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재일교포들의 삶의 애환과 희망을 그려낸 가족 드라마다.
이정은은 억척스럽지만 속정 깊은 영순 역을 맡았다. 용길(김상호)과 그의 아내인 영순은 전쟁을 겪고 일본에 정착해 살아가는 재일교포를 연기하며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과 이를 가족 간의 사랑으로 극복하려는 부부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이정은의 모성은 이번에도 다양한 빛깔을 낸다. 특히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장면, 소중한 딸을 떠나보내는 모습에서 눈물샘을 자극한다.
'용길이네 곱창집'은 배우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처음 이 영화를 발견하고 상당한 희열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1970년대 재일 동포 사회뿐 아니라, 지금의 한국·일본 사회의 모든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이라고 호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