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세 가지 시나리오...최악의 경우 1100선까지”-SK증권
입력 2020.03.13 11:01
수정 2020.03.13 11:15
국내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가 최악의 경우 1100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증권가 전망이 나왔다.
SK증권은 13일 최근 증시 상황과 관련해 세가지 시나리오를 설정, 이에 따른 주가의 밴드를 제시했다.
먼저 기본(Base) 시나리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이 여전하고 유가 하락에 따른 신용리스크도 감지되고 있지만 정책 기대감으로 인해 신용리스크의 부각이 지연되는 시나리오다 즉, 투자심리의 불안감은 남아있지만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을 억누르는 경우를 말한다.
SK증권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긴급 담화발표가 있었지만 시장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다음 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그리고 이어질 미국 및 주요국의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기본 시나리오의 경우, 현재의 상황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20%룰을 적용했다. SK증권은 “올해를 기준으로 코스피의 최고점은 2267pt였고 이를 적용하면 코스피의 하단은 1800pt로 설정할 수 있다”면서 기본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지수의 하단을 1800pt로 제시했다. 증시 상단은 2200pt를 예상했다.
최고(Best) 시나리오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의 둔화세가 확인되는 가운데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용리스크 부각에 대한 우려감이 이연되며 투자심리가 다시 개선되는 상황이다.
SK증권은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을 달래기에는 힘들고 아직까지 제시된 정책 역시 기대에는 못미친다”며 “시장은 과거 헬리곱터 머니, 혹은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는 발언 등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짚었다.
당초 SK증권은 올해 주식시장 밴드를 1950~2400pt로 제시했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나타나기 전이었고 작년보다 코스피 당기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2019년 코스피 당기순이익은 91조원으로 예상된다.
SK증권은 “지난해 연말 2020년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25조원이었던만큼 30% 이상의 기업실적 상승이 기대돼 해당 밴드를 제시했었다”며 “추정치의 하향조정이 나타나도 기저효과가 기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현재 코스피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현재 118조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 증권사는 국내 증시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당기순이익을 각각 38조와 8조로 예상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각각 34조와 6.6조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정책효과가 나타날 경우 두 기업은 최대 5.4조원의 이익 감소를 피할 수 있다. SK증권은 당기순이익 개선을 감안해 코로나19 확산 직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 11.4배를 적용한 2350, 증시의 하단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의 코로나 직전 수준을 반영한 0.76배가 적용된 1950을 제시했다.
최악(Worst)의 시나리오는 정책 패키지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 혹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을 설정했다. 이미 조짐들은 감지되고 있는 만큼 현실화됐을 때의 충격은 클 것이란 판단이다.
SK증권은 “마지막은 상상하기조차도 싫은 금융위기 발생 시나리오”라며 “이미 경고음은 울리고 있고 유동성 위기도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정책의 힘으로 이를 살려보려고 하겠지만 원래 위기는 막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사실 지수 밴드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모든 자산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 투자전략 제시도 힘들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가는 -50% 수준까지 급락한다. SK증권은 “올해 최고점이 2267pt였는데 이를 적용해보면 약 1100pt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면서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렸고, 향후 금융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