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갑질 계약서 논란…출연자 “부당함 알면서도 사인 할 수밖에”
입력 2020.03.11 18:42
수정 2020.03.12 13:49
A씨 "부당한 내용 있더라도 대부분 자세히 보지 못했을 것"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참가자가 방송사 측의 부당한 출연 계약서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11일 오후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했던 A씨는 “계약서는 방송에 출연하는 100인이 뽑힌 후에 작성했다. 꿈을 위해 방송에 나가려면 부당하든, 그렇지 않든 사인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약을 할 당시에는 사실 부당한 내용이 있었더라도 자세히 보지 못했을 친구들이 많았을 거다. ‘미스터트롯’이 이슈성이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100인에 뽑혔다는 생각 때문에 꿈에 한 발 다가선 기쁨이 컸을 것”이라며 “지금 생각하면 (계약서의 내용들이)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출연료에서도 불공정한 부분이 발견됐다. 출연자에게 회당 10만 원의 출연료가 지급된다고 했으나 이는 본선 이상 선발된 출연자에게 지급되는 것이었다. 즉, 예선에서 탈락을 하게 될 경우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A씨는 방송 초반 예선 무대에 섰지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계약서에 적힌 내용대로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출연료는 당연히 받지 못했다. 첫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도 티저 촬영이나 곡 준비 등으로 한 달 이상의 시간 등을 투자해야 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나가지 않는 편이 더 좋았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이유는 비밀 누설 관련 조항 때문이다. 그는 “계약서 자체에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이 있다. 계약 당시에도 TV조선 측 실무진이 계약서 내용에 대해서 발설할 경우에 받는 불이익에 대해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오디션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에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는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의 경우)부당함을 알고도 꿈을 위해 사인을 했지만, 간절함을 가진 친구들을 방송의 그림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단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제작진도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앞서 이날 스포츠경향은 TV조선이 ‘미스터트롯’ 출연진과 맺은 출연 계약서에 불공정한 조항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실제 계약서의 일부를 캡처해 공개했다. 계약서에는 출연진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거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TV조선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계약해지와 별개로 1억 원의 위약벌 및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비롯해 출연자에게 부당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현재 TV조선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