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신드롬에 가로막힌 '1917'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2.10 14:42
수정 2020.02.10 14:42

오스카상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됐던 영화 '1917'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신드롬을 끝내 넘지 못했다.


'기생충'은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 부문을 수상한데 이어 아카데미 감독상과 최우수작품상까지 거머쥐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아시아 출신으로는 사상 첫 감독상 수상자가 됐으며, '기생충'은 비영어권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이 됐다. 영화계에선 사상 유례 없는 '기생충' 신드롬 앞에 세계적인 거장들도 영광의 순간을 누리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몇 달 간 지속됐던 '1917'과 '기생충'의 경쟁은 '기생충'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917'은 촬영상과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과 관련한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그동안 '1917과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1917'과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되며 각축전을 벌였고, '1917'이 작품상(드라마 부문)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우세를 잡았다.


그 후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미술상 부문에 함께 후보로 올랐고 '1917'의 샘 멘데스 감독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공동으로 감독상을 수상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감독, 배우, 작가 등이 소속된 미국 4대 조합상 중 미국 프로듀서조합상(PGA) 작품상, 미국 감독조합상(DGA) 감독상, 미국 작가조합상(WGA) 각본상에 같이 노미네이트되며 두 작품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선두주자임을 입증했다.


지난 2일 열린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1917'이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우세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기생충'은 마지막 순간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앞서가는 듯했던 '1917'을 밀어내고 통쾌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세계 영화 역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영화로 남게 됐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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