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세탁기·건조기로 불붙은 가전 비방전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입력 2020.02.03 14:28
수정 2020.02.03 14:28

TV-의류관리기에 이어 세 번째…전가전으로 확산 양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의류관리기로 시작된 비방전이 세탁기·건조기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전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타사 제품 비방을 통해 자사 제품 우수성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LG 트롬 건조기-건조기술 따져보기’란 제목의 타사 건조기와 비교하는 디지털 광고를 게재했다. 영상에서 사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타사 건조기’란 문구 옆을 파란색 점으로 표시해 삼성전자의 제품임을 암시했다.


광고 영상에는 타사 건조기가 실내 설치를 위해 물통 수납함을 따로 구입해야 하고 설치가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그랑데 건조기’가 실내 단독설치를 위해서는 물통 수납함인 ‘실내 설치 키트’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또 “건조기는 편해지려고 쓰는 거 아니야?”라는 문구와 함께 모델이 허리를 구부려 열교환기(콘덴서)를 힘겹게 청소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LG 트롬 건조기는 설계 단계부터 배수통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별도 구매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으로 타사 제품에 비해 관리가 쉽다는 점도 언급했다. 기존 수동세척 방식 건조기들은 사용자가 솔과 같은 도구로 콘덴서를 직접 세척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자사 제품은 자동방식이라며 기술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세탁기·건조기 신제품 ‘그랑데 AI’ 소개 영상을 ‘건조까지 생각하지 않던 세탁, 안심까지 챙기지 못한 건조, 지금까지의 무의미한 여정은 끝났다’는 문구로 시작했다.


언뜻 보면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문구로 보일 수 있지만 해당 문구는 LG전자가 그동안 시그니처 세탁기 광고에 사용하던 ‘초프리미엄 세탁기, 그 위대한 여정’이란 광고 글을 무의미한 여정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제품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그랑데 AI가 완성형 세탁기·건조기라고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자동 세척 방식과는 다른 위생적인 직접관리형 열교환기를 적용했으며 마이크로 안심필터로 먼지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때 먼지 낌 현상 등으로 논란이 불거진 LG전자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저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제품에 직배수 방식을 적용하며 배수통을 없애 LG전자 광고의 실내 설치 키트 별도 구매 비판을 사전 차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비방전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LG전자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LG전자는 IFA에서 8K(해상도 7680x4320) TV 기술 설명회를 열고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표준을 내세우며 삼성전자의 QLED TV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겨냥해 글로벌 유튜브 채널에 OLED TV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번인’을 지적하는 시리즈 영상을 게시하면서 반격했다. 양사는 서로 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맞제소한 상황이다.


화질 논란으로 시작된 양사의 가전전쟁은 의류관리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자사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 광고에 “먼지 털면서 소음 진동까지 키우세요?”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바람으로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드레서와 달리 의류의 먼지를 흔들어 터는 LG 트롬 스타일러의 무빙헤어 기능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LG전자는 ‘진짜 스타일러의 의류관리 편’이라는 제목의 광고에서 무빙헤어 기능은 ‘바람’이 털기 힘든 먼지까지 제대로 털어준다며 맞받아쳤다.


TV·의류관리기에 이어 세탁기·건조기로 확대된 양사의 비방 광고전은 LG전자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이달 내로 AI 기능을 강화한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유럽과 북미 시장에 공개했던 모델로,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신제품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탁기·건조기 신제품 광고로 LG전자 제품을 저격한 만큼 이를 맞받아칠 광고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비방전이 TV·의류관리기에 이어 세탁기·건조기 등 가전제품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 가전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져 상대 제품을 깎아내리기 위한 비방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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