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경영진 중징계 못피한 우리·하나금융…침묵 속 셈법 분주
입력 2020.01.31 16:20
수정 2020.01.31 17:02
징계 처분 법적 효력 없어도 소송 대응만 남아 부담 커
금융위서 영업정지 감경 가능성…추가 소명 기회 남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문책경고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지배구조 판짜기 갈림길에 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0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두 수장에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이 결과라면 둘은 현 임기를 끝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해 내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문책경고 처분을 받음에 따라 후속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DLF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두 경영자에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문책경고를 실시했다. DLF 판매 시 판매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내부통제가 미흡해 경영자로서 중징계 처분인 문책경고를 받으라는 입장이다.
문책경고 시 이들은 현 임기를 끝으로 경영자에서 물러나야 한다. 연임 기로에 섰던 우리금융의 경우 회장 공백에 따른 경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당장 이날부로 예정돼 있던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연기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해 논의한 결과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임추위의 결정에 따라 플랜비(B) 마련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현재까지 두 경영자가 방어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은 자진사퇴하거나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방법이다. 다만 소송 시 금감원에 반기를 드는 형국이라 금융사로선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하나금융 또한 고심에 휩싸여 있다. 함 부회장의 경우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했던 인물 중 하나다.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그가 회장에 추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도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금감원이 내린 임직원 중징계 처분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 이의제기 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할 수 있음에도 두 금융사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막판 변수는 결재자인 윤석헌 금감원장이 관련 안건을 수용하지 않는 방안이다. 그러나 제재심위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제재심 결과를 보고 받았다"며 "내용을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확정 시기에 대해선 특정하지 않았지만 가급적 빨리 처리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임직원 제재와 별개로 영업정지 처분 수위에 대해선 감경이 가능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게 기관제재로 과태료와 일부 업무 영업정지 6월을 함께 의결했다. 영업정지 처분의 경우 추가 소명을 통한 감경이 가능해 대응 움직임이 예상된다.
문책경고 처분은 금감원장 전결 사항이라 금융위는 관여하지 않는다. 과태료 부문에 대해선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논의되고, 금융위에는 영업정지 안건만 회부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오는 2월께 영업정지 수위를 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사들로선 추가 소명 기회가 남았다.
우리금융의 경우 오는 2022년까지는 비이자 부문의 수익성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 영업정지 수위 감경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 영업정지 시 사모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은 팔지 못해 비이자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