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드론 참수작전: 우리 정부라면 감행했을까?
입력 2020.01.07 09:00
수정 2020.01.09 22:14
<박휘락의 안보백신> 국민보호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
한국 정부라면 이런 결정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
유토피아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것도 국민보호
위험을 각오해야 국민보호 가능…정부는 협회가 아니어야
<박휘락의 안보백신> 국민보호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
한국 정부라면 이런 결정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
유토피아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것도 국민보호
위험을 각오해야 국민보호 가능…정부는 협회가 아니어야
국민보호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
2020년 1월 3일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RQ-9” “리퍼”로 불리는 드론(drone)으로 공격함으로써 중동 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이란은 보복을 경고하고 있고, 이라크 의회는 미군의 철수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행동이 국제법적으로도 정당했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정당방위라면서 모든 비난을 일축하고 있다. 미국에 의하면 솔레이마니는 2019년 12월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의 책임자였고, 따라서 그 이후에 이를 살해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 의하면 솔레이마니는 미국에 대한 심각한 공격적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어서 사전에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물론이고, 로버트 밀리 합참의장까지 나서서 솔레이마니가 계획했던 미국에 대한 군사작전이 매우 임박했고, 그에 관한 정보와 증거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이 시행한 드론 공격의 정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중동정세는 극도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통하여 국가의 기본임무가 무엇인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외국이 자국민을 살해하거나 자국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을 경우 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하고, 그로 인하여 어떠한 후과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지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태도여야 한다는 점이다. 자국 국민이 살해되거나 위험에 처해도 국제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또는 심각한 외교적 후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정부는 정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라면 이런 결정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
필자를 비롯한 한국 국민들은 이번 미국의 조치를 보면서 다음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였다면 과연 이러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아마 대부분 국민들의 답은 “그렇지 않았을 것”일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이 외국의 테러분자나 외국군의 무분별한 공격에 의하여 사망하였을 때 국가가 아무런 보복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섭섭하지 않을까? 우리가 국가를 형성하여 국내법을 따르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은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가 보호해주기를 기대하고, 내가 잘못되었을 때 국가가 복수를 해줘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를 바라기 때문 아닌가?
실제로 우리나라 또는 우리 정부는 다른 외국에 의하여 국민이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피해를 입어도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지 않아왔다. 어떤 조치를 강구한 사례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들 중 얼마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지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을 송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정신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도 남한의 국민인데 이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등 온갖 인권침해와 핍박을 당해도 우리 정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살인했다는 한국 정부의 일방적 판단에 근거하여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을 눈까지 가린 채 몰래 북한지역으로 호송하여 돌려보내기도 했다. 국민보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명감이 낮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의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가의 목표는 단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사실 부국강병에서도 '부국'이 '강병'을 위하는 것인 만큼, 국가에게는 '강병'이 최종 목적지다. 그래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근본적인 기능이고,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국가는 부국하여 강병을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는 그 국민이 다른 나라나 또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 의하여 생명이 위태롭게 되거나 핍박을 받을 때 전쟁을 각오하더라도 구출하거나 보호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 헌법도 제66조 2항을 통하여 대통령의 책무라는 조항으로 정부에게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보호라고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의 독립과 영토를 보전하는 것이 바로 국민을 보호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유토피아에서도 가장 강조하는 것도 국민보호
자국민 보호를 위하여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지향방향이고, 의무의식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도 이 점에서는 철저하다. 공산주의 이념의 이상적인 원형은 토마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가 쓴 “유토피아(UTOPIA)”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된 이상향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더욱 과학적인 논리를 가미하여 제시한 사람이 마르크스(Karl Max)일 뿐이다. 따라서 유토피아야말로 공산주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의 「없는(ou-)」과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것으로, 영어로 말하면 “no where" 즉 아무 곳에도 없는 곳을 의미할 정도로 이상적인 사회라는 뜻이다. 그런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상향이라면서 유토피아에서는 어떤 군국주의 국가보다 더욱 처절하게 자국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국방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그 책에 의하면 유토피아인들은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전투력을 기르기 위해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받고,” 심지어 “보복전을 수행하는 우방국을 돕기도 한다.” 국방에 관한 한 유토피아에서 그리고 있는 국가는 현재의 미국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유토피아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들 시민이 외국에 의하여 상해를 입었을 경우이다. 책을 보면, 유토피아아인들은 “시민 중의 한 사람이 외국 정부나 외국인에 의하여 불구가 되었거나 살해되었을 경우...외교망을 통해서 이러한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듣는 즉시 그들은 선전포고한다. 책임있는 자들이 인도되지 않는 한 어떠한 양보도 들어주지 않는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자국의 국민이 살해되면 바로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이 드론 참수작전을 시행한 것과 유사한 맥락 아닌가?
위험을 각오해야 국민보호 가능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현 정부에서 일하는 상당수 인사들이 과거 주사파와 관련을 맺었고, 아직도 거기에서 분명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주사파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인데, 북한의 주체사항은 김일성과 김씨 일가를 신격화하기 위하여 만든 사이비 이념으로서 어떤 합리적 이론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못하는 엉터리 이론이다. 따라서 이것을 믿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한심한 일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공산주의를 공부했다면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읽어봐야 하고, 그곳에서 국방과 국민보호를 얼마나 강조하는 지를 이해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한국의 언론이나 지식인도 현 정부와 유사하게 국민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임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자국민 보호를 위하여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국 정부는 과연 그렇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야할 것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저렇게 심각한데도 아무런 대비조치를 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해할 것인데, 그렇지 않다. 대신에 미국의 이와 같은 과감한 행동이 북한의 김정은에게 어떤 경고가 될 수도 있다는 등 미국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수동적이고, 비자주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다.
오히려 한국 국민들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참수작전을 시행할 경우 북한은 미국에 대한 보복 대신에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에 대한 보복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재보복이 시행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란은 미국이 다시 공격하면 이스라엘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하였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주기를 바란다면, 우리도 북한의 공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하고, 또한 북한이 공격할 경우 우리도 반격하여 북한에게 응분의 댓가를 물을 준비가 갖추어져야 한다.
정부는 협회가 아니어야
이번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미국은 앞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이거나 군사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이미 보복을 경고하고 있고, 미국은 이라크에 있는 미국 시민들에게 철수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란과 전쟁을 수행해야할 위험성도 낮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자국민의 보호가 최우선적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리라고 본다.
이제 우리는 우리 정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 같은 살해명령을 내릴 수 있었을까? 미국이 시행한 것과 같은 과감한 조치를 논의하는 것이라도 가능했을까? 북한이 한국의 우파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려고 한다는 정보를 획득하였을 경우 과연 한국 정부가 북한의 책임자를 정밀타격하여 사살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가질까? 불행하게도 필자의 답은 부정적이다.
추가적으로 미국의 이번 드론 참수작전을 통하여 인식해야할 중요한 사항은 핵무기의 위력이다.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각오하면서 솔레이마니를 살해하였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가졌다면 어떠했을까? 살해 명령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이란은 유럽국가와의 핵협정을 파기하고,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순도로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김정은에 대해서도 유사한 참수작전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그러한 결정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년 전에 어떤 언론인은 지금도 그러하고, 과거에도 그러했다면서 한국의 정부는 동호인들이 모인 “협회”에 불과하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협회처럼 분명한 책임의식이 없고, 구성원의 보호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무의식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한 것 같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존재하는가? 국민보호라는 책임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권력행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권한만 강조하면서 회비를 자신의 돈처럼 사용하는 데만 맛을 들인 잘못된 협회하고 다른 게 없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