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시끄러운 오지환 계약, 적정가였을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9.12.31 00:01
수정 2020.01.06 13:43

원소속팀 LG에 잔류하며 4년 40억 계약

비슷한 액수 계약 선수들에 비해 저평가


LG 오지환이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열흘이 지났으나 여전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총액의 규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지환은 지난 20일 원소속팀 LG와 4년간 총액 40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플러스 옵션이 있는지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고, 계약금 16억 원과 매년 6억 원의 연봉 등 40억 원을 오롯이 받는 조건이다.


최근 차명석 LG 단장은 모 매체를 통해 오지환 계약 건과 관련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잘해줘야 맞지 않나. 못해 주는 게 맞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계약을 주도한 자신은 선수의 마음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 자유로운 협상이 오가는 FA 시장에서 ‘적정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요가 있으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라는 가격이 떨어지는 게 시장 경제의 논리다.


다만 경쟁이 있을 경우 가격은 무한정으로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쟁이 없다 해서 헐값의 계약 조건을 제시한 사례는 아직 KBO리그에 없었다.


암묵적인 기준점은 있었다.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일명 S급 선수들은 복수 구단의 경쟁이 붙기 마련이었고, 주전급, 백업급 순으로 가치가 매겨졌다. 과거 S급 선수들만 대박 계약을 안았다면 최근에는 FA 시장의 몸값 거품 현상이 나타나며 주전급 이상까지 잭팟을 터뜨렸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오지환의 경우 어느 팀에 가더라도 충분히 주전 자리를 꿰찰 선수로 평가된다. 특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A급으로 분류될 자원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오지환의 40억 원 계약은 일부 야구팬들의 주장처럼 ‘오버 페이’일까. 계약의 성패 여부는 기간이 끝날 시점에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논할 수 없다.


과거 비슷한 액수에 계약을 맺은 선수들과의 비교는 충분히 가능하다. FA 계약은 과거의 성적을 바탕으로 미래의 몸값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KBO리그 FA 역사상 오지환과 비슷한 금액인 35억 원 이상 50억 원 이하 계약(최소 3년 이상)을 맺은 선수들은 총 20명이었다.


비교 누적 수치는 FA 자격 획득 직전 3년간의 누적 WAR(스탯티즈 기준)였고, 오지환은 8.33의 WAR를 적립했다. 이는 같은 기간 리그 평균 유격수들에 비해 8.33승을 팀에 보태줬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지환에게 40억 원의 계약을 안긴 LG는 1WAR당 약 4.8억 원의 가치를 매긴 셈이다. 놀랍게도 이는 비슷한 액수에 계약한 중형급 FA들 중에서 낮은 축에 속한다.


자격 획득 직전 3년간 3.96의 WAR를 누적하고도 35억 원의 계약을 따낸 2014년 최준석(1WAR당 8.84억 원)이 기록 대비 가장 많은 액수를 따냈고, 2015년 LG 박용택, 2016년 KIA 이범호, 그리고 이번 겨울 계약한 한화 정우람 등이 저평가를 받았다.


기록과 액수가 들쑥날쑥한 이유는 외부 요인 때문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몸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며 거품의 시작이었던 2012년(넥센 이택근)부터 2017년까지는 웃돈이 붙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20명의 1WAR당 평균 액수는 5.04억 원. 물가 상승까지 고려할 경우 오지환은 오히려 기량 대비 저평가를 받은 셈이다. 따라서 오지환은 FA 한파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지환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비난 화살이 쏟아진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전후로 불거진 병역기피 의혹과 대표팀 선발과 금메달 획득으로 인한 특혜 논란이 주된 이유다.


여기에 FA 자격 획득 이후에는 에이전트 측이 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6년 계약 제의 등으로 부정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오지환이 앞으로 4년간 자신의 계약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야구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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