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 끌어내고 선거법 표결?…불법 논란 속 문희상 입장 시도

정도원 이유림 기자
입력 2019.12.27 17:30
수정 2019.12.27 17:30

회기 결정하기도 전에 '다음 회기' 표결 시도

"휘슬 불기도 전에 골 넣겠다는 것…무효"

여야 원내대표·수석회동도 결렬, 파국 우려

회기 결정하기도 전에 '다음 회기' 표결 시도
"휘슬 불기도 전에 골 넣겠다는 것…무효"
여야 원내대표·수석회동도 결렬, 파국 우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본회의 개회를 위해 본회의장 의장석으로 향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회기 결정에 앞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행태에 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연좌농성하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다.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낸 채 '게임의 룰' 선거법을 의결하는 파국이 우려된다.

문희상 의장은 27일 오후 본회의장으로 들어서 의장석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결연한 연좌농성에 막혀 통로를 열지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헌법파괴 연동형 선거법 절대반대''민주주의는 죽었다''대한민국을 밟고가라' 등의 현수막을 펼친 채, 의장석 주변 통로와 계단 바닥에 앉아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문 의장의 입장 강행 시도가 있자,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좌석에 앉아 산발적으로 고성을 내질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운운하며 겁박하자, 의장석 주변에서 연좌농성 중인 한국당 의원들은 "다 잡아가라"며 "나라 망하는 것보다 낫다"고 절규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가 입원 관계로 국회를 떠나있는 것을 가리켜 "황교안 대표는 어디 갔느냐"며 "황교안 대표만 빼고 총선에 다 출마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야유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김태흠 한국당 의원은 "불법을 저지르지 말라, 절차를 밟으라"고 일갈했으며,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상식대로 하라"며 "임시국회를 이틀로 쪼개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문 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의 연좌농성에 맞서 질서유지권을 발동함에 따라, 최악의 경우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내고 범여당 의원들끼리만 모여 '게임의 룰' 선거법을 의결 강행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도 우려된다.

이에 앞서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회동은 결렬됐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회동 결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제106조의2 8항을 보면 '다음 회기에서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회기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한다는 게 결정된 다음에 '다음 회기'라는 게 시작되는 것"이라며 "회기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처리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휘슬을 불기 전에 골을 넣겠다는 것인데 당연히 무효"라며 "이렇게 선거법이 통과돼도 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원내대표·원내수석 간의 회동은) 결렬이 된 것"이라며 "저쪽이 밀어붙이면 파국으로 간다"고 우려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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