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마이너스 정제마진에 4Q 실적도 '털썩'

조재학 기자
입력 2019.12.24 06:00
수정 2019.12.23 20:55

이달 셋째 주 정제마진 배럴당 -0.7달러…4분기 평균도 손익분기점 아래

내년 IMO 2020 효과 가시화 등 반등 기대…미중 무역협상 타결 ‘주목’

이달 셋째 주 정제마진 배럴당 -0.7달러…4분기 평균도 손익분기점 아래
내년 IMO 2020 효과 가시화 등 반등 기대…미중 무역협상 타결 ‘주목’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추이.ⓒ증권업계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4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이달 셋째 주 배럴당 -0.7달러를 기록, 또다시 마이너스대로 추락했다. 앞서 정제마진은 지난달 셋째 주(-0.6달러)와 넷째 주(-0.9달러)에도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바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이 올라가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내리면 그 반대다. 특히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국내 정유사는 지난 10월 셋째 주부터 손익분기점 이하의 역마진 상태를 이어오고 있으며, 4분기 평균 정제마진도 배럴당 1.9달러로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정제마진이 폭락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석유제품 수요는 부진한 반면 중국의 정유공장 가동률이 늘어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벙커C유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복합정제마진 자체를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벙커C유는 1차 정제 때 나오는 잔사유로,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가격이 낮아 역마진이 난다. 최근 10년간 가격 추이를 보면 벙커C유 가격은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5달러가량 낮았다.

문제는 4분기 들어 벙커C유의 역마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벙커C유 4분기 평균가격은 42.99달러로 두바이유(61.52달러)보다 약 20달러 낮았다. IMO(국제해사기구) 2020 환경 규제 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은 탓이다.

경유 역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유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 내 수요침체에도 중국 정유사가 IMO 2020 시행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렸고 소규모 정제설비(티팟‧teapot)의 가동률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정제마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양국은 지난 13일 1단계 무역합의를 선언한 바 있다. 또 IMO 2020 효과 가시화 등도 정제마진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내년에 IMO 2020에 따른 저유황유 실수요가 나타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글로벌 경기도 회복될 수 있다. 관건은 미중 무역분쟁의 해소시기”라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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