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다음 정세균…꼬여가는 호남 '총선 방정식'
입력 2019.12.17 04:00
수정 2019.12.17 17:30
盧정권 호남 총리 토사구팽 재연되나 했는데
'호남 다음 호남'…이낙연 당 복귀 설상가상
과거 '김이수 역풍' 고려하면 반대표 어려워
호남 일당독주 회귀를 막을 '묘수'는 없을까
盧정권 호남 총리 토사구팽 재연되나 했는데
'호남 다음 호남'…이낙연 당 복귀 설상가상
과거 '김이수 역풍' 고려하면 반대표 어려워
호남 일당독주 회귀를 막을 '묘수'는 없을까
호남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역시 호남 출신인 정세균 의원이 지명됨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권역의 '총선 전략 방정식'이 꼬여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후,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총리의 후임으로 정세균 의원을 지명했다. 정 의원은 전북 진안 출신의 6선 중진의원으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대안신당·민주평화당·무소속 등 호남 야권 세력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으로는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 총리가 민주당으로 복귀해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것만 해도 악재인데, 호남 총리의 후임으로 또 호남 총리가 오는 것은 설상가상이라는 것이다.
호남 야권 핵심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정권 시절 열우당을 호남에서 무너뜨리고 민주당이 되살아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친노 세력이 호남 출신 고건 전 총리를 토사구팽(兎死狗烹)했던 것"이라며 "이 총리 교체를 계기로 '호남 홀대론'을 제기할 수 있었는데, 정 의원이 후임 총리로 가면 그게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행정부 2인자인 이 총리와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문재인정권 초기 '호남 배려'의 상징과도 같은 인사 조치였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보려다가 그게 잘 되지 않으면서 정계은퇴로 내몰렸다.
이 상황에서 이 총리마저 물러나면 당정청 최고위직에 호남 출신은 일단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호남이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주니 다시 호남이 홀대받기 시작한다'며, 총선 때 일당독주 견제·정치적 다양성 유지를 슬로건으로 민주당과 1대1 대결을 펼쳐볼만 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총리의 후임으로 정 의원이 오게 됐다. 정 의원도 호남 출신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설정할 수 없다. 호남 야권 세력의 '총선 전략 방정식'이 꼬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호남 야권 세력의 맏형격인 대안신당은 '정세균 총리설'에 견제구를 던졌다.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청와대나 정 전 의장이 이런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사태를 만들지 말아주길 희망한다"며 "이런 식이라면 나는 총리 인준투표 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천 의원은 반대의 이유로 "입법부 수장을 했던 국회의장을 행정부 2인자로 삼겠다는 것은 헌법과 삼권분립의 정신을 짓밟는 것이며, 유신독재 시절이나 있음직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 자체로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6선 중진 관록의 천 의원이기 때문에 이밖에도 여러 고려가 담긴 반대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천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공언한 이상, 정권에도 부담이 생겼다.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만 치르면 장관처럼 막무가내로 임명강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임명동의의 대상이라 국회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남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대안신당이 막상 호남 출신 정 의원의 총리 임명동의안이 상정됐을 때 반대표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역 민심에 역행하고 총선을 앞둔 표심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의당 시절 국민의당이 전북 출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때 반대표를 던져 호남에서 역풍이 분 적이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전북 출신 김이수 후보자는 떨어뜨리고 부산 출신 김명수 대법원장은 붙여주니 지역 여론이 아주 좋지 않았다"며 "지역이 고려 요소가 된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말하기 좋다보니 (여론이) 그렇게 돼버렸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날 대안신당이 창준위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정세균 총리설'에 대한 논의를 삼간 채, 총리 지명 반대는 천 의원의 개인적인 견해라며 당론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민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아무튼 현 정권 들어서 호남 인사가 중용되고 호남의 오랜 예산 차별이 어느 정도라도 시정된 것은 지난 총선에서의 국민의당의 약진으로 호남에서도 정치적 경쟁 구도가 형성된 덕이 크다"며 "호남이 다시 일당독주, 특정 세력의 정치 식민지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총리 문제가 고민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