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적하면 국가 대표 되나? 선수 빼가 여자 축구 ?
입력 2007.10.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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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성이 없는 선수수급은 축구 후진국으로 가는 행위
내자식이 무조건 국가 대표급은 아니다
여자 학교축구가 전국적인 선수빼가기로 고사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는 2007년도 제법 큰 규모의 대회가 끝나고 이제 졸업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역에서 투자하고 키워낸 초중등부 일부선수들이 지역내의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거부하고 타 지역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 시·도로 전출을 꽤하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월등한 체격조건이나 특출한 기량들을 가진 좋은 선수들로 장래가 유망한 선수들이다.
지도자의 화합이 중요, 마찰의 피해 당사자는 고스란히 선수의 몫-실익 따져야
현재 인천의 여자 축구는 용현초등학교는 용현여자중학교로, 가림초등학교는 가정여자중학교로 진학하고 두 여중(용현과 가정)의 축구부는 인천 디자인고등학교로 진학해 여자 축구의 연계성을 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동안 있어왔던 지도자 간의 보이지 않는 마찰과 서로의 이해가 맞지 않아 알게 모르게 공공연한 갈등을 빚어왔고 이러한 지도자의 갈등 속에서 타 지역 지도자들이 내보이는 유리한 조건의 제시는 학부모를 혹하게 만든다.
이적하면 내 자식은 국가 대표급?
지난 6월에는 인천의 한 여중 축구부에서 타 시·도로 이적 하려는 문제가 발생해 지도자와 학부모간의 싸움으로 번져 허위 사실까지 유포하고 비방하는 추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의 법으로는 지역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해 선수를 키워내도 선수와 학부모가 이적을 원한다면 지도자는 막을 길이 없고 이적동의서를 써줘야 한다.
당시 문제가 불거진 학교에서는 동의서를 써주고 못써주고의 싸움이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학교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애지중지 키워온 5명의 선수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만 했다.
현재 인천 지역 여자 학교축구계는 초등학교와 중학, 고교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의 확보가 여의치 않아 지도자들은 훈련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기 다운 경기를 펼칠 수도 없어 2000년 창단 이후 한동안 전국을 제패하던 인천의 여자 축구가 2005년 이후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선수가 더 좋은 조건에서 운동을 하고 기량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과 좋은 지도자, 기량이 출중한 선배들을 만나 함께 운동한다는 것은 당연히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취지는 정도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마치 이적을 하면 곧 국가 대표가 될 것처럼, 기량이 없지만 좋은 체격조건으로 인해 한 두달의 훈련으로 주전선수가 되고 국가 대표급의 기량이라도 될 것처럼 지도자들이 학부모를 부추켜 이적을 권유하고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여자축구부 유지를 위해 지도자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부모를 설득한 지 12년, 하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와 판도는 지저분하고 순탄치만은 않다.
올해 고교 진학을 앞둔 용현여중과 가정여중의 3학년 10명중 절반이 서울을 비롯한 타 지역으로의 진학을 염두해 두고 있다. 축구부를 구성하려면 최소 18~20명이 맞춰져야 하지만 추가적으로 2학년과 3학년이 되는 선수들이 이적 준비를 하고 있다면 꼴이 우습게 되는 셈이다.
지도자들 고민에 휩싸여 한숨토로…
용현여중 기호승 체육부장은 "전국적으로 선수의 미확보가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다는게 문제"라고 말하고 "이것이 인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 내의 연계성을 갖는 모든 중·고교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작게는 여자축구의 운명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결과로, 크게는 모든 스포츠 자체가 퇴보하는 결과를 나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자축구는 선수층이 얕아 비전이 있고 진로에 있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남자축구보다 많은 득을 누리고 있다" 며 “내 손으로 키워낸 선수들을 이적을 통해 적응치 못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팀에서도 주전으로 뛴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기 부장은 "학부모가 선수들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다면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줘야 할 것"이라며 "인천에도 뛰어난 지도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많으며 그들도 얼마든지 선수들을 훌륭하게 이끌어 모든 선수들을 대표급으로 키울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안되는 선수가 다른 곳에서는 된다는 보장이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선수수급의 연계성 사라지면 곧 해체로 이뤄진다
이번에 불거진 인천 여자 축구부의 지역 학교 연계성이 사라지면 예산의 삭감은 물론, 순회코치도 없어진다. 연계의 문제가 해결 되지 않으면 지도자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나머지 선수들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나마 부족한 예산이 삭감되면 시합 출전을 포기하던가 줄여야 한다. 선수가 시합에 나가지 못한다면 끝이 났다는 얘기다. 또한 순회코치가 없어지면 선수들의 개인 기량 향상과 전술 훈련에서도 뒤쳐지게 되고 좋은 성적을 기대 할 수 없다.
최근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단적인 사례가 있다. 마산의 축구 명문인 한일전산여고 축구부가 해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일부선수들이 타 시·도로 이적해 고교 진학을 앞둔 남아 있는 2학년과 소수의 3학년인, 함성중 여자축구부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창원명서초교와 함성중, 한일전산여고는 초·중·고교로의 타 지역으로 진학하는 학생 외에는 진학학교가 연계되어 왔다.
한일전산여고 축구부는 그 동안 선수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체설이 나 돌았고 올해에는 단 한 명의 선수도 확보하지 못해 곧 해체된다.
대안으로 함안고에서 축구부를 창단한다고는 했지만 함안고측은 연계성이 무너진 축구부 유치에 썩 달갑지 않은 분위기로 축구부 신설이 현실화되자 학교측은 축구부 유치에 앞장서 온 함안 지역 단체와 인사들, 동문들에게 버스와 숙소, 비용마련 등의 문제 해결을 서면으로 제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같이 열심히 해서 국가 대표 되자고 의리 지켜 남아있던 선수들은 불이익
이 사례와 더불어 한일전산여고의 축구부가 해체되면 남아 있는 1·2학년 학생들도 전학이 불투명하다. 함안고가 축구부를 만들더라도 1학년 4명과 2학년 2명의 전학도 쉽지 않다.
1학년 4명은 2학년 1학기 성적이 확정되기 전까지 전학해야 선수 생활이 가능하지만 2학년은 공업계열에서 농업계열로 전환되어 학력이 인정 되지않고, 동일계 학교의 축구부로 갈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으나 타 지역으로 이적시 6개월, 전국체전의 경우 2년 출전 금지 조항에 묶여 이래저래 불똥이 튀어 선수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
연계성 없는 선수 수급과 선수 빼가기는 한국 축구의 뿌리 흔드는 행위
지난 97년 창단돼 11년 만에 해체의 길로 들어선 한일전산여고 축구부가 남긴 여운이 남의 일이 아니며 지역사회에 파장을 낳으며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적을 하지 않고 꿋꿋이 지역을 지키고자 남아 있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지역과 학교, 선후배와 친구들간의 의리를 지켜 함께 태극 마크를 달아 보자던 어린 선수들은 눈에 뻔히 보이는 악순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결국 우수 선수들을 빼가는 행위와 지도자의 갈등은 제 살 깍아 먹는 행위가 될 것이며 고스란히 그 피해는 작게는 지도자, 크게는 학부모와 선수 자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