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북한이 기습공격한다고 통보해줘도 대비하겠는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11.04 08:00
수정 2019.11.03 05:50
입력 2019.11.04 08:00
수정 2019.11.03 05:50
<박휘락의 안보백신> 너무나 특이하게 한국 정부와 한국군은 태연하다
어떤 상황이 되어야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여 본격적 전투 벌일 것인가
<박휘락의 안보백신> 너무나 특이하게 한국 정부와 한국군은 태연하다
어떤 상황이 되어야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여 본격적 전투 벌일 것인가
2019년 10월 31일 북한이 대형 방사포를 발사하였다. 최대 비행거리는 4약 370km이고, 고도는 약 90km로 파악됐다고 한다. 2발의 발사 간격이 3분에 불과하여 방사포의 연속발사 성능을 무척 향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태연하다. 제3의 국가,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보도하듯이 객관적으로 보도한다. 우리에게 쏘면?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지? 정부는 물론이고 그 방사포 탄두에 핵무기를 탑재하면 어쩌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이나 국민은 아무도 없다. 과연 이래도 되는가?
북한은 금년 들어서 12차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실시하였다. 그 중에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을 모방하여 표적 상공에서 회피기동을 하여 요격 자체가 어려운 미사일도 있고, 고도를 낮춰서 기존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로 인한 요격의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미사일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이나 국민들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 이래도 상관없는가?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는 일부 문제제기가 있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할 때마다 관련 전문가들의 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도발적인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정부와 군에게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국방부 장관은 미사일 시험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의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데 몰두하였다.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18년 10월 1일 국회에 가서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하여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 후 1년 여가 흘렀기 때문에 그 숫자는 더욱 많아졌을 것이다. 또한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소형화하고 있을 것이고, 다른 핵보유국의 사례를 보면 야포에 장착할 정도로 소형화하는 데도 성공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자면 금년에 실시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필요시에 핵무기를 탑재하여 한국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2년 정도 경과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무런 의미있는 성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북 간의 협상도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전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볼튼(John Bolton)은 북한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교를 통한 핵무기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남북한은 휴전상태이고, 북한은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바꾼 적이 없다. 핵무기 위협 하에서 3일 또는 7일만에 남한은 석권하겠다는 ‘3일 전쟁계획’ ‘7일 전쟁계획’을 수립해두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미 철원지역은 유해발굴 명분으로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제거하고, 12미터 폭의 도로를 개설해놓은 상태이고, 김포반도 북쪽의 한강에 관한 정보는 민간인 공동이용을 명분으로 북한 쪽에 제공해둔 상태이다. 북한이 핵위협하에서 기습공격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너무나 특이하게 한국 정부와 한국군은 태연하다.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해도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군의 대비태세를 강화하지도 않는다. 미군들과 억제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도 추진하지 않고, 총력방위태세도 전혀 점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국가안보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인가? 정부가 노력하지 않으니 국민들만 불안할 뿐이다.
정부에게 묻고자 한다. 도대체 북한이 어떻게 해야 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대비하고자 하는가?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그다지 긴장하지 않고, 이제는 북한이 그 핵무기를 탑재하여 한국을 공격하기 위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북한이 한국을 향하여 미사일을 발사하면 도발이라고 생각하여 대비할까? 이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아마 오발이려니 생각하고, 미사일만 시험발사했지 남한으로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만을 강구할 것이다.
북한이 항복을 위한 어떤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남한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기습공격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정부와 군이 북한의 침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할까? 그것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아마 북한이 엄포를 놓는 데 불과하다면서 북한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것인가를 논의하면서 북한의 기습공격 가능성에는 대비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군이 실제로 남한으로 사격하면서 침략하면 우리 정부와 군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전면적인 전시 태세로 넘어갈까? 미안하지만 이것도 확신하지 못하겠다. 우리 정부는 이것도 북한이 한국 정부에게 유리한 협상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잠시 전진한 후 멈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는 북한에게 침략을 멈추고 대화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북한군이 서울 가까이까지 왔을 때도 우리 정부와 군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비할까? 최소한 이 경우는 그렇겠지만, 100% 확신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여전히 북한과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것이고, 군은 통수권자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확실한 대응을 머뭇거릴 것이다.
독자들은 우리 정부가 유화적으로 대응하더라도 한미연합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군이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의심한다. 실제로 북한군의 침략 가능성이 보이면 한미 양국 대통령은 ‘방어준비태세-4’인 현재 상태를 ‘방어준비태세-3’으로 격상시켜 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이 군이 건의할 때 선뜻 들어줄 것인가? 필자는 확신할 수 없다. 나라를 북한의 침략으로 구하는 것보다는 미군에게 우리 군의 작전통제권을 넘기는 것을 더욱 못마땅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서 소중한 시간이 흘러갈 것이고, 그러는 사이에 한미연합군은 적절한 대응의 시기를 놓칠 것이며, 북한군은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어떤 상황이 되어야 북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여 본격적인 전투를 벌일 것인가? 이 조건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에게 보고하라. 북한군이 침략을 위해 전방으로 이동한다는 군의 정보보고를 받게되면 북한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것인가? 북한군이 우리 영토에 사격을 가하면 북한군을 적으로 본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군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면 북한군과 총력을 기울여 전투를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서울을 향하여 공격을 하는 정도까지 가여 북한군과 사생결단의 결정을 하라고 명령할 것인가?
역사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지 않고 평화를 보장한 국가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말이 로마시대로부터 유명한 격언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에게 부탁한다. 정말 국민들을 안심하게 만들어 주라. 북한이 도발을 해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확실한 평화를 보장하지 않는 한 북한은 언제나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지금 남북한은 6.25전쟁의 휴전상태이지 않는가?
한국군에게도 부탁하고자 한다. 군은 국민을 위하여 영토와 국민을 방어할 의미룰 부여받았다. 적이 공격해오는 데 정부의 눈치를 봐서 영토와 국민 보호의 임무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 제발 군이라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다소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국가안보에 철저하시라.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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