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재판 마쳐...연내 선고 이뤄질듯

이홍석 기자
입력 2019.10.25 11:59
수정 2019.10.25 13:02

627일만에 법정 출석..."심려끼쳐 대단히 송구"

40분만에 마쳐...내달 22일-12월6일 심리 기일

늘어난 뇌물액수로 실형 가능성...작량감경 관건

627일만에 법정 출석..."심려끼쳐 대단히 송구"
40분만에 마쳐...내달 22일-12월6일 심리 기일
늘어난 뇌물액수로 실형 가능성...작량감경 관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마쳤다. 첫 재판이 35분만에 마친 가운데 앞으로 두 차례 더 공판이 이뤄진 뒤 이르면 연내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50분경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마치고 법정 밖을 나왔다.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선 이 부회장은 쏟아지는 취재들의 질문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차에 올라타고 법원을 떠났다.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시작된 공판은 40분만에 마쳤다. 재판부는 이 날 2번의 심리기일 날짜를 잡아 향후 2번 정도의 재판이 이뤄진 뒤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내달 22일 유무죄 판단에 대해, 12월 6일에 양형에 대한 심리기일을 열기로 해 이르면 연내 선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여러기업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았는데 최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형으로 확정 판결이 나온 신동빈 롯데 회장 판결을 따로 송부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유무죄가 아닌 양형에 대한 판단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도 "청탁 대상을 비롯, 뇌물로 추가 인정된 영재센터 관련 내용, 경영승계 작업에서 최순실씨 재판에서 인정된 내용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검찰측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 경영승계 작업으로 인한 부정한 청탁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서 현재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서 확보된 증거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승계작업이 무리하게 진행됐고 이는 대통령의 우호적 조치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이 동기 또는 배경이 되고 있고 수사 과정 통해서 증거가 확보됐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이 부회장은 오전9시30분경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도착한 뒤 취재진들에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뇌물 인정액수가 올라가면 형량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 '오너가 다시 법정에 서면 삼성그룹 오너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나' 등의 취재진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답을 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관계자들도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시작으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이 차례로 취재진들의 포토라인을 거쳐 건물 내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켜보던 이들 중 "삼성은 각성하고 부당해고자 복직하라"와 “이재용 부회장님 힘내세요” 등의 엇갈린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온 것은 지난해 2월 5일 항소심 선고 이후 627일 만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은 1년여간 수감생활을 한 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29일 대법원이 뇌물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다시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구입대금 34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앞서 지난해 2월 항소심 재판부가 최 씨에게 말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던 마필 부분과 제외했던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판단하면서 뇌물금액은 원심의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증가하게 됐다.

이로인해 실형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하게 돼 있다. 징역 3년을 초과하는 형량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의 재량권인 작량감경이 이뤄질 수 있어 집행유예 형이 유지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작량감경은 판사가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재량으로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5년을 받고 작량감경이 최대로 이뤄지면 2년6월까지 감형을 받을 수 있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진다.

이때문에 이번 파기환송심은 유무죄 판단 보다는 양형 기준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을 취재하기 위해 법조와 재계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중심으로 10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 9시40분부터 배부된 방청권을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이 형성되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방청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제 303호 법정에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 방청권을 받기 위한 긴 줄이 형성돼 있다.ⓒ데일리안 이홍석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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