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기사회생 가능할까

이은정 기자
입력 2019.09.02 06:00
수정 2019.09.02 10:28

간암 임상 중단…신장·대장·유방·소화기암 등 병용연구 집중

문은상 대표 “펙사벡 가능성은 여전”

간암 임상 중단…신장·대장·유방·소화기암 등 병용연구 집중
문은상 대표 “펙사벡 가능성은 여전”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서울시티클럽 컨벤션홀에서 신라젠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문은상 대표이사(연단 가운데)를 비롯한 신라젠 임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신라젠

신라젠이 펙사벡 간암 3상을 조기종료하는 대신 신장암, 대장암 등을 대상으로 병용임상에 집중해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경쟁 약물이 이미 등장한 데다 항암제 병용요법이 최근 상당수 임상을 중단하는 등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은 지난 2015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 21개국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진행해왔다. 기존 간암 치료제 ‘넥사바’과 펙사벡을 병용 투여한 300명과 넥사바만 단독 투여한 300명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병용 투여가 넥사바 단독 투여 대비 생존기간이 늘어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펙사벡 투여 후 넥사바를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간암환자에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DMC로부터 펙사벡 임상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희망의 끈 놓지 못하는 신라젠

신라젠은 실패한 간암 대신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에서 다양한 면역관문억제제와 펙사벡을 병용투여하는 임상시험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펙사벡의 치료 효과를 재입증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펙사벡을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와의 초기 임상을 통해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면서 “펙사벡 임상의 잔여 예산도 신규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에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은 표적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 리제네론사 ‘리브타요’와의 펙사벡의 병용 투여 임상을 진행 중이다. 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용량 결정 임상시험에서 1명의 완전반응, 1명의 부분반응, 1명의 안전병변, 2명의 진행 결과를 확인했다. 

현재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요법에 대한 환자군 11명을 모집 완료했으며, 주기적인 CT 촬영을 통해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서 면역관문억제제 불응성 암종인 대장암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임핀지와 펙사벡 병용요법 임상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사의 키트루다와 펙사벡을 병용하는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신장암의 경우 3상 단계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표적항암제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의 병용요법이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장암 1차 치료에 대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대장암의 경우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이미 3상 단계다.

펙사벡의 병용요법이 경쟁 약물의 병용요법보다 임상적으로 획기적인 효과를 보여야 상업적 가치가 높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펙사벡은 여보이나 옵디보, 키트루다보다는 임리직에 가까운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라며 “간암 외에 대장암, 신장암에서 병용요법 임상을 통해 재기하려고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라젠 관계자는 “현재 주요 파이프라인인 신장암 병용임상은 파트너사와 사전에 협의된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상업화과정을 위한 논의가 가능하다”며 “옵디보와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들은 경쟁약물이 아닌 항암바이러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 약물로, 이들과의 병용임상은 당사의 차기 파이프라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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