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선수권] 덧댄 ‘KOREA’ 희망커녕 망신

김태훈 기자
입력 2019.07.16 08:04
수정 2019.07.17 05:07

늑장 행정 수영연맹, A사 브랜드 가리려 테이프 덕지덕지

‘KOREA’ 빠진 국가대표 운동복 지적에 인쇄물로 덮어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A사 브랜드 가리기 위해 붙인 테이프(왼쪽). 태극마크와 같은 'KOREA' 문구를 인쇄물로 덧댄 트레이닝복(오른쪽). ⓒ 연합뉴스

역대 최대 규모(194개국 참가)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광주에서 한국 수영대표팀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 14일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이 열린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는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입은 트레이닝복에는 태극마크와도 같은 ‘KOREA’라는 국가명이 없었다.

세계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저마다 국가명이 멋들어지게 디자인된 트레이닝복을 입고 활보하는 것과 달리 우하람 등에는 ‘KOREA’라는 국가명 대신 무언가를 가리기 위한 회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테이프가 여러 겹 붙어있던 이 장면은 선수 소개 행사에서 국제수영연맹(FINA) TV를 타고 전 세계 수영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국제적 망신이다. 더군다나 우하람은 이번 대회 개최국의 대표 선수다.

여기에는 어처구니없는 사연이 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등 뒤에 ‘KOREA’가 아닌 A용품사 로고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국제대회 규정상 브랜드 노출이 문제가 되자 급한 대로 훈련복에 덕지덕지 테이프를 붙여 A사 브랜드를 가리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센 질타 여론이 빗발치자 그제야 ‘KOREA’ 인쇄물로 등에 덧대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문제의 원인은 역시 대한수영연맹의 실망스러운 행정 능력이다. 수영연맹은 A사와 후원 계약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12월 계약 만료 후 다른 브랜드의 새 후원사와 계약 직전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일부의 반대로 계약이 불발됐고 대책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연맹은 세계선수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지난 1일에야 기존 A사와 계약했다. A사는 개막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3-4개월이 필요한 선수단 용품을 제대로 제작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되는 굴욕을 당한 뒤 지난해 9월 조직을 재정비하며 한국 수영의 희망이 되고자 했던 대한수영연맹이 불러온 망신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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