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깎던 로번 은퇴, 트로피만 21개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7.05 07:22
수정 2019.07.05 07:49

19년 현역 생활 마감 결정, 우승 21회 기여

로번 은퇴. ⓒ 게티이미지

‘미스터 웸블리’ ‘광속 드리블러’ ‘매크로 공격수’로 불리던 아르연 로번(35)이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바이에른 뮌헨은 4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로번이 19년 커리어를 마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번은 구단을 통해 “내 커리어를 마감하려 한다. 옳은 판단이라 생각하며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척 힘들었다”면서 “나는 늘 19세 데뷔 때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이제는 내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시간을 쏟을 것”이라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의 로번은 2000-01시즌 흐로닝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기량을 인정받아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인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해 박지성,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었고, 2004-05시즌 첼시로 새 둥지를 틀어 본격적인 월드클래스 윙어로 발돋움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2년간 보냈던 로번은 갈락티코 2기 정책에 밀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전설’ 요한 크루이프를 제치고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네덜란드 선수로 등극했다.

그가 보유한 우승 트로피는 어마어마하다. 19년간 리그에서 총 12회, 협회컵 6회, 리그컵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등 무려 21차례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후반 44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려 빅이어를 품에 안았고 이로 인해 ‘미스터 웸블리’라는 별명이 추가됐다.

로번 커리어 트로피. ⓒ 데일리안 스포츠

로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역시나 엄청난 스피드를 탑재한 드리블 능력이다. 그는 발이 빨랐던 수많은 윙어들 가운데서도 특출한 능력을 지녔었는데, 바로 공을 몰고 가면서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잦은 부상과 30대 접어든 나이로 인해 스타일 변화가 불가피했고, 이번에는 ‘매크로’라 불리는 정형된 공격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된 로번은 중앙으로 공을 몰고 간 뒤 감아차기 슈팅이라는 전매특허 공격 기술을 선보였다.

매번 반복되는 패턴을 상대 수비수들도 알고 있었으나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민첩한 몸놀림과 최상위 수준의 볼 간수 능력, 그리고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리는 감아차기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에서도 로번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전 대회 우승팀 스페인 침몰의 일등공신이 됐고, 엄청난 스피드로 세르히오 라모스를 따돌린 뒤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를 기어다니게 만든 장면은 아직도 팬들의 눈에 선하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총 96경기를 뛰었고 37골을 넣었으며 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3위, 유로 2004 3위의 호성적에 크게 기여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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