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성엽 "文정부, 그리스로 가자는 것…'제3지대 신당' 정책으로 맞서야"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6.16 03:00
수정 2019.07.10 23:23
입력 2019.06.16 03:00
수정 2019.07.10 23:23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취임 한달 인터뷰
"호남 민심, 일당독주 폐해가 크다는 것 인식
경쟁이 성립해야 지역발전 도움된다는 것 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취임 한달 인터뷰
"'바미'스러운 것은 내 성격에 맞지가 않는다
원내대표 결정 못하며 질질 끌기에 출마 결심"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민천(民薦)의 정치인'이라 불린다. 2008년 총선에서 기호 7번, 2012년 총선에서 기호 6번으로 당선돼, 헌정 사상 호남 최초로 무소속 재선을 달성했다. 3선 고지에 등정한 2016년 총선에서 평소 2번만 달던 동료 호남 의원들이 '3번'을 알리느라 애쓸 때 유 원내대표는 "기호가 너무 빨라져서 어리둥절하다"고 웃었다.
'7~6~3'이라는 기호가 보여주듯, 2002년 정읍시장 당선 이래 17년 간의 정치역정은 당 실권자들과의 '불편한 관계'의 연속이었다. 할 말은 하는 성격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그를 '3선의 냉철한 머리에 초·재선의 뜨거운 가슴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민이 뽑아주는 선거와 달리 당내 경선에서 '잔혹사'를 이어가던 유 원내대표가 지난달 13일 평화당 의원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스스로조차 "당내에서는 나가기만 하면 떨어졌는데, 이러한 당내 선거에서 이겨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 13일, 의원회관에서 유성엽 원내대표를 만났다. 스스로 밝힌 원내대표 경선 출마 배경에서도 시원시원한 그의 화통한 성격이 읽혔다. 유 원내대표는 "누가 나오느니, 누구를 합의추대하느니, 합의추대를 해도 안하느니 하며 원내대표를 결정을 못하고 있더라"며 "나는 '바미스러운' 것은 좀 그래요. 자기 뜻들을 감춰놓고 명분을 내세우며 질질 끌면서 지루한 싸움을 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민주·한국 외 세력, 정확히 사분오열돼 있다
다섯 개 추슬러서 '제3지대 신당' 출발 삼아야"
유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분당을 '잘못된 헤어짐', 바른미래당 탄생을 '잘못된 만남'이라고 거침없는 평가를 내렸다.
유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에서 '잘못된 헤어짐'이 있었고, 바른정당과의 '잘못된 만남'을 통해서 바른미래당이 탄생을 했는데, 문제의식을 거기서부터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이라는 여당, 자유한국당이라는 제1야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이 사분오열(四分五裂)돼 있다. 상징적 표현이 아닌 정확하게 다섯 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에 참여한 의원 △민주평화당으로 나온 의원 △무소속으로 남은 이용호·손금주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활동은 평화당에서 하는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당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의원의 다섯 개 그룹을 일일이 열거한 유 원내대표는 "이 다섯 개로 나눠진 사분오열을 추스르고 묶어서 제3지대 신당의 출발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안타깝지만 文정부도 '실패의 길' 접어들었다
경제난 심화되는데 총선에서 뭘 내세우겠느냐"
정치권에선 흔히 민심을 '바다', 정당은 그 위에 뜬 '배'에 빗댄다. '제3지대 신당'을 띄우려면 '민심의 바다'가 있어야 한다. 과연 추동력이 있을까. 유 원내대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유 원내대표는 "호남 민심이 과거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지지 상태가 아니다"라며 "'제3지대 신당'을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달하지 않았는데도, 관심이 많고 기대를 보내주는 분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봐서 호남 민심도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인터뷰를 한 날은 때마침 6·13 지방선거를 치른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3년전 총선에서 다당제의 씨앗을 뿌렸던 호남 민심은 지방선거에서 다시 파란 광풍의 일당 선택으로 회귀했다.
이와 관련, 유 원내대표는 "선거 하루 전날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쓰나미가 왔던 선거"라며 "민주당 후보들은 '실수하면 마이너스가 된다'며 선거운동도 하지 않고 다녔는데 1번 달고 나온 사람은 거의 다 되는 선거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때 분위기 같았으면 이희호 여사 상에 (북에서) 문상을 오는 것 정도는 논의의 대상도 아니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조문단이 좀 와줬으면 쓰겠는데' 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교착 상태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민생경제가 호남만 비껴갈 리 없다. 이 역시 호남 민심을 1년 전 지방선거 때와는 판이하게 돌려세우고 있는 요소다.
유 원내대표는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연말까지 기다려달라더니 내년까지 기다려달라고 하며, 또 상저하고(上低下高)니까 하반기에 높아진다고…"라고 질타하더니 "성장·고용·투자·분배 모든 게 좋아지는 것 없이 사상 최악으로 악화되고 있으니, 호남에서도 과거와 같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안타깝지만 문재인정부도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라며 "남북관계가 아무리 잘 풀려도 경제난이 심화돼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워지면 '강 건너 불구경'인데, 지금은 한반도 문제마저 교착 상태이니 문재인정부가 (총선에서) 내세울 게 뭐가 있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호남 민심, 일당독주 폐해가 크다는 것 인식
경쟁이 성립해야 지역발전 도움된다는 것 안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의 선택은 다당제였다. '호남발 선거혁명'으로 뜨거움을 맛본 민주당은 이듬해 정권을 잡은 뒤, 호남 출신 인사를 대거 청와대와 내각에 기용하고, 예산 홀대를 그만두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다당제의 수혜를 입은 호남 민심이 총선에서 다시금 '경쟁 구도'를 선택할 것이라고 유성엽 원내대표는 내다봤다.
유 원내대표는 "광주·전남북에서 민주당이 '황색 바람' 이후로 오랫동안 일당독주를 해왔는데, 그 폐해가 크다는 것은 호남인들의 가슴 깊이 인식이 돼 있다"며 "그게 누적되고 누적됐다가 폭발해서 지난 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호남 28석 중 23석을 전폭적으로 밀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도 특정 정당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것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도,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경쟁 관계가 성립돼야 더 좋은 일꾼을 뽑을 수 있고 지역의 이익도 경쟁적으로 대변해 지역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3지대 신당, 대선주자 내세운다는 통념보다
총선서 정책선거 내걸어 성공시켜봤으면 한다"
'바다'가 갖춰졌다면 '배'를 띄워야 한다. '제3지대 신당'과 관련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성엽 원내대표는 "조건이 다 충족돼야지, 쳐다만 본다고 감이 떨어지느냐"며 "정계를 개편해나가는 데는 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한국당으로 넘어가지 않고 중간에 쏟아져내리게 하는 것과, 그 쏟아져내리는 민심을 흘리지 않고 받아낼 반듯한 '그릇'이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릇'이란 '제3지대 신당'이다. 유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민주평화당으로, 반대로 평화당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으로, 아니면 두 당이 당대당 통합을, 이런 것보다는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며 "사람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사람들이 많다 하더라도, 신당이라는 새로운 그릇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릇'으로 국민의 지지가 쏟아져내리게 하는 게 다음 과제인데, 우리 정치권에서 신당이 성공하려면 대선주자급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게 통념으로 돼 있다. 이에 맞서 유 원내대표는 '정책'으로 신당을 띄워보자는 제안을 던졌다.
유 원내대표도 "과거에는 대선주자급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게 상식적인 통념"이라면서도 "억지로 데려와서 상징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정말 정책선거를 내걸어서 성공시켜보는 시도를 해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대선주자급 인물도 없지 않느냐. 통념적인 접근과는 총선을 다르게 갈 필요가 있다"며 "대선주자를 내세우고 확보하는 것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정책으로 가는 과정에서 대선주자를 만들어내거나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오게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文정부 공공부문 확대는 그리스로 가자는 것
성장이 복지를 이끌어간다는 '수순' 중시해야"
총선은 결국 나날이 어려워지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낼 비전, 국민들을 경제적 고통 속에서 건져낼 정책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될 것으로 유 원내대표는 내다봤다. 이 점에 착안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꾀할 것인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으로 갈 것인지 총선에서 국민의 판단을 구하자는 주장이다.
유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에 들어와 81만 개 공공일자리 정책으로 공공 부문이 엄청나게 비대해지고 있는데, 이는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며 "베네수엘라는 제쳐두고 그리스로 가자는 것으로, 재정위기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 부문을 대폭 축소해 확보한 재원으로 실업급여·재교육제도 등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짠 뒤에, 아주 강도높은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며 "노동유연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더 이상 높일 방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장이 복지를 이끌어야 한다는 '수순'을 강조하는 유 원내대표를 향해 '성장론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나는 성장론자는 아니다. 성장일변도로만 가면 파국"이라면서도 "복지만능으로 가면 나라가 거덜나 파탄난다. 파국과 파탄을 피하려면 절대 복지가 성장을 이끌어가서는 안 되며, 성장이 복지를 이끌어간다는 '수순'을 중시해야 한다"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향해 돌직구를 꽂았다.
"공공부문 대폭축소, 노동개혁 전면 내걸어보자
국민에게 인정받는다면 '신당'이 제1당도 가능"
유성엽 원내대표로서는 새롭게 내건 주장은 아니다. 그는 국민의당이 창당하던 시절에도 자청해서 경제재도약추진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첫 발표 이후 공공 부문과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한 안철수 전 대표가 후속 발표를 제지했다. 그는 아직도 이를 아쉽게 생각한다.
유 원내대표는 "당시 안철수 전 대표가 '논란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못하게 하기에 '나는 논란이 안 일어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 말고, 되레 반기면서 치열한 논쟁으로 갔더라면 유리했을텐데 지금도 아쉽다"고 혀를 찼다.
나아가 "내년 총선에서는 기어이 다시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며 "노동계에서 잃을 표를 두려워하지 말고, 공공 부문의 대폭 축소와 노동개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들고나온다면, 국민에게 인정받아 '제3지대 신당'이 제1당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제3지대 신당' 가능성 진단 연속 인터뷰
① [인터뷰] 유성엽 "文정부, 그리스로 가자는 것…'제3지대 신당' 정책으로 맞서야"
② [인터뷰] 주승용 "文정부 국정실패…'제3지대 신당' 블랙홀될 것"
③ [인터뷰] 박주선 "혁신위 '제3지대 신당' 논의해야…혁신안 발표되면 바로 행동"
④ [인터뷰] 문병호 "文정권서 바닥민심 완전 이탈…'반문반박 제3지대' 넓다"
① [인터뷰] 유성엽 "文정부, 그리스로 가자는 것…'제3지대 신당' 정책으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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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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