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 바뀌는 한진, 안 바뀌는 금호...그 이유는

이홍석 기자
입력 2019.05.08 14:44
수정 2019.05.08 16:18

타계·퇴진했으나 공정위 동일인 지정에서는 다른 결정 이뤄질 듯

실질적 지배력·보유지분 등 요인 감안...판단 근거 모호 지적도

타계·퇴진했으나 공정위 동일인 지정에서는 다른 결정 이뤄질 듯
실질적 지배력·보유지분 등 요인 감안...판단 근거 모호 지적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최근 그룹 총수의 타계와 퇴진을 겪은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5일 대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 지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중점 감독 대상인 ‘대기업 집단’과 총수를 정하기 위한 것이다. 공정위는 매년 5월초에 지정 관련 발표를 해 왔으나 한 번 순연된 후 당초 9일날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다시 15일로 연기한 상태다.

동일인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 즉 총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정위가 지난 1987년부터 대기업집단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정해 왔다. 동일인은 대기업 집단을 규정하는 기준점으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같은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활용된다.

공정위가 그룹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과 보유 지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동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친족과 그 기업 집단에 속하는 계열사 범위 등이 정해지기 때문에 대기업 그룹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번 동일인 지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곳은 최근 그룹 총수가 타계한 한진과 경영퇴진을 선언한 금호아시아나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동일인이 고 조양호 전 회장에서 아들인 조원태 회장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미 경영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조원태 회장은 이미 한진그룹을 이끄는 대표가 된 상태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24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8일 별세한 선친인 고 조 전 회장의 장례를 마친 지 1주일만에 경영권을 승계하며 3세 경영 시대를 연 것으로 이미 그룹의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된 만큼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공정위가 지정 발표를 15일로 연기한 이유가 한진그룹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밝혀지는 등 아직 내부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가 검찰 고발 등 제재에 착수할 수 있어 이는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지정과 관련해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할 경우, 검찰에 고발당할 수 있고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또 동일인 지정 결정의 또 다른 요소인 보유 지분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보유 지분이 2.34%에 불과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등 다른 가족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미 회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를 천명한 상황이어서 선친인 고 조 전 회장의 지분 17.84% 승계는 시간 문제인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선친 장례를 마치자마자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 것만 봐도 그룹에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총수라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진과 같이 기존 동일인이 사망한 LG와 두산이 이번에 동일인이 변경되며 공식적으로 그룹 총수가 바뀔 것으로 보이는 것도 한진의 동일인 변경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LG의 경우 지난해 5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타계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6월 말 회장자리에 올랐고 지분 상속도 이뤄졌다. 두산의 경우, 박정원 회장이 지난 2016년 3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상태로 부친인 고 박용곤 전 명예회장이 지난 3월 별세하면서 기존 동일인이 없어진 상황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데일리안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동일인 자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3월 말 경영 퇴진을 선언했지만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전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31.1%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호고속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 지분 45.3%를 보유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도 금호고속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친보다는 지분이 적다.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그룹 자구안 마련을 위해 채권단에 이 주식을 담보로 내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식 보유자는 박 전 회장이다. 또 금호그룹은 현재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동일인 변경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서 동일인 변경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와함께 지난해 말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경우도 아직 최대주주로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 동일인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박 전 회장의 유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동일인은 공정위가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해 결정해 왔다”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판단 근거가 모호하다는 논란이 있어온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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