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분열' 내심 기대하는 민주당…왜?
고수정 기자
입력 2018.12.17 16:02
수정 2018.12.17 16:42
입력 2018.12.17 16:02
수정 2018.12.17 16:42
인적 쇄신, 보수 분열 도화선으로 예상…여론 형성
보수 통합 시 불리한 총선 예측…양당 구도 견제
인적 쇄신, 보수 분열 도화선으로 예상…여론 형성
보수 통합 시 불리한 총선 예측…양당 구도 견제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으로 인한 ‘후폭풍’을 내심 기대하는 모양새다. 공식적인 논평이나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 보수 분열의 가속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김무성·최경환 의원 등 현역 의원 21명을 포함한 79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키로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강도 높은 물갈이’라고 보는 만큼, 이에 반발하는 인사들이 한국당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잔잔한 분위기다. 해당 의원들이 이번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대체적으로는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당협위원장 교체가 공천 탈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다, 내년 2월에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의 기조에 따라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방선거 등에서 지역 공천권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이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향후 주요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탈당이나 분당 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한 번의 보수의 분열을 통해 당장 1년 4개월 남은 2020년 총선에서도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현재 5당 구도는 탄핵정국 이후 보수진영에 두 갈래 길을 만든 데에서 시작됐다. 이는 민주당에 ‘촛불 민심’이 투영되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은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2018년 6·13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연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현재 한국당의 지지율이 차츰 본궤도를 되찾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보수 대통합’의 길이 열린다면 다음 빅이벤트인 2020년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예측하는 분위기다.
여권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한국당과 민주당 계열의 양당 구도 속에서 민주당은 20대 총선 전까지 수많은 패배를 맛봤다”며 “이번에 4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보수당이 최초로 크게 분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의 다당 구도는 경선 불복으로 만들어진 정당들로 인한 것이어서 생명력이 짧지만, 현재의 다당 구도는 전혀 다른 선에서 출발했다”며 “이 구도에서는 총선이든 차기 대선이든 민주당이 필승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보수 빅텐트’라는 설명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향한 한국당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과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 입당은 보수 통합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이 의원의 당적 변경으로, 최대 5명의 복당·입당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양당 구도에 대한 위기 의식, 그리고 이에 대한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식이 민주당 내에 깔려 있단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듯 민주당 일각에서 보수 분열을 부추기는 듯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청래 전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쪼개지나?’라는 손글씨 사진과 함께 “다음 총선에서 이들은(인적쇄신 대상자들) 과연 출마를 포기할까? 나는 이들이 다른 당이든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를 할 것으로 본다”며 “바야흐로 한국당은 깊은 내홍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예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고요할 수 있으나 시한폭탄의 시계는 째깍째깍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며 “두고보라”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