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유출, 공지영은 억울한 피해자인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8.10.23 07:58
수정 2018.10.23 08:05
입력 2018.10.23 07:58
수정 2018.10.23 08:05
<하재근의 닭치고 tv> 신망 높은 사회파 작가…책임있는 자세로 합리적 공세 펴야
<하재근의 닭치고 tv> 신망 높은 사회파 작가…책임있는 자세로 합리적 공세 펴야
공지영이 ‘광기 어린 총공격’을 받고 있다며 자신과 김부선의 대화 녹취를 SNS에 올린 '낙지사전과4범찢자'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을 고소한다고 했다. 그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고도 했다. 또, 이 모씨에 대한 고소도 검토한다고 한다.
공지영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고소하는 것은 녹취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유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김부선과 대화하면서 녹음했고, 그것을 비밀 엄수를 약속 받고 이 모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씨가 다시 5명에게 공지영의 동의 없이 그 파일을 넘겨줬다고 한다.
공지영은 이 파일을 인터넷 공개용이 아닌 법정용으로 녹음했으며 경찰서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러니 최근의 유출 사태 책임에서 나는 자유롭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이 자신을 집단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공지영이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일단 김부선의 말을 일방적으로 녹음한 당사자가 공지영이다. 그 파일을 제3자에게 전달한 것도 공지영이다. 직접 인터넷에 올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공지영의 녹음과 전달 행위로 인해 엄청난 논란이 발생했다.
공지영은 파일 유출과 관련해 ‘이 파일이 대체 이 시기에 누구에게 유용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잘못된 시기에 파일을 터뜨렸다고 누군가의 저의를 탓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직 진실이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빨리 밝혀질수록 좋다. 그러므로 시기를 따지는 공지영의 말은 이상하다. 마치 점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되는 듯하자, 유포자의 의도나 잘못된 시기를 따지며 자신의 책임문제를 호도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갑자기 '점'은 공중파의 이슈가 되더니 셀프검증이 일어납니다’라며 사태 자체를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기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무지막지하고 광기 어린 공격이’ 자행됐다며 자신을 피해자로 부각시킨다.
김부선과 이재명 지사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이재명 지사가 어느 여배우와의 불륜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급기야 그 여배우 주요부위에 점이 있다고까지 했다. 여배우는 마침내 신체검증을 받기에 이르렀고 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 이 지사는 정치생명이 끝날 정도의 비난을 받을 것이고 당연히 사과할 것이다. 이재명 지사를 거들면서 그 여배우로 하여금 신체검증을 받게 하도록 녹취까지 만든 유명인이 있다면 같이 비난 받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부선 측과 공지영의 태도가 너무나 당당한 게 문제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심지어 공지영은 문제를 지적하는 누리꾼들을 악플러 취급하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
이들은 점 논란의 진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재명 지사에 대한 2차 가해까지 가한다. 강용석 변호사는 신체검증을 ‘셀프 생쇼’라며 ‘제 발이 저린지 부들부들하더니 쌩쇼를 해서 국민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공지영은 신체검증이 ‘치밀하게 계산된 잔머리’라는 글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번엔 ‘셀프검증’이라고 조롱했다. 이렇게 이재명 지사에 대한 공격에 앞장서면서 자신이 사태의 책임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신체검증을 희화화하면서 조롱하는 것이 이상한 이유는, 점 이슈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이번 신체검증을 믿지 않는다면 정식 검증을 강력히 요구했어야 한다.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이번 신체검증에 승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거꾸로 신체검증을 희화화한다. 이러니 무책임한 공세로 느껴지는 것이다.
공지영은 신체검증을 하자 ‘신체특징은 우리와 상관없고 언급할 꺼리도 안 된다. 이재명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은 혜경궁 김씨’라는 글을 공유했다.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공유했다. 이재명 지사의 형 강제입원 의혹이 ‘불륜보다 욕설보다 정말 무서운 것’이라는 글도 올렸다. 점 공세가 좌절되자 다른 이슈들을 제기해 점 부분을 물타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님 말고’식으로 다른 얘기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니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공지영은 신망 높은 사회파 작가였다. 이번 점 논란과 관련해 보여주는 모습은 공지영의 신뢰성을 흔들고 있다. 설사 불륜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고 해도, 그것과 별개로 신체검증 이후 공지영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김부선의 침묵이나 강용석의 2차 가해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님 말고식 의혹 나열이나 무책임한 조롱으론 역풍만 맞을 것이다.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합리적인 공세를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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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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