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논란, 적용 여부는?

이소희 기자
입력 2018.10.09 14:00
수정 2018.10.10 05:59

이번주 9월 고용지표가 논의 분수령 될 듯, 찬반 비등 속 현실적용 여부에 관심

이번주 9월 고용지표가 논의 분수령 될 듯, 찬반 비등 속 현실적용 여부에 관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역별 최저임금의 도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현실화 가능성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김 부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을 지역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일정 범위의 인상폭을 지자체에 주고,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절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위해 당청과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부총리의 발언은 올 들어 심각해진 고용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공식적으로는 경제수장이 처음으로 밝힌 정부 입장이어서 공론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지급안은 그동안 중소 상공인들이 줄곧 요구해온 사항이며, 관련 법안도 국회에 다수 계류돼있다. 시·도별 최저임금위원회가 지역별 최저임금을 정하거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도 개정안에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그간 현실성이 낮다면서 반대 입장을 보여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업종별 차등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마저도 부결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의 부담을 낮출 방안으로 지역별 차등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의 지역별 차등화 검토 발언에 이낙연 총리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고 여권 내부에서도 선을 긋는 등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검토’ 의견이었지만 경제를 총괄하고 있는 부총리의 입장과 여권의 부정적인 견해가 엇박자 논란에 이어 현실적 역작용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총리는 “어느 지역은 저임금 지역, 어느 업종은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이 찍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고, 이해찬 여당 대표도 “한쪽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번진다”며 “지역별, 분야별 차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주최로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논란, 그 해법은?' 간담회에서 업계대표 및 학계대표 등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 또한 '지역차별법'이라며 반발을 예고했다. “생존권인 최저임금을 무용화하려는 시도”라면서 설익은 아이디어로 논할 차원이 아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구분할 경우 노동력이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지역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는 견해로, “노동력 수급이 지역별로 왜곡되고,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이미 소득과 물가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반대입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용)해 볼만한 사안”이라며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선택권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등으로 오히려 경제침체에 빠진 정부의 보완책으로 떠오른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지급안이 찬반 양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이번 주 발표되는 9월 고용지표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취업자 수 통계가 일각의 마이너스 가능성 예측처럼 현실화 된다면 정부로서는 타개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지역별 또는 업종별 차등안을 포함한 개선책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김 부총리가 ‘검토’ 발언으로 불을 지폈지만 이 같은 방안마저 정치계와 국회의 현실적 무용론을 넘지 못하고 논의마저 무산된다면 정부가 이끄는 경제부처 수장의 헛발질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한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이소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