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정부까지 '바람잡이'…길 잃는 카드모집인

배근미 기자
입력 2018.08.13 15:20
수정 2018.08.13 15:52

전업계 카드모집인, 6월 기준 1만5000명…작년 2만명 아래로 하락

비대면 발급 확대에 모집인 감소세…고용보험 의무화도 악재 '전망'

올 1분기 순익이 30% 가량 급감한 카드사들이 고비용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카드모집인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시행이 목전으로 다가온 데다 정부가 특수고용직인 카드모집인에 대해서도 고용보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결하면서 비대면 채널 강화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한 감원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순이익 급감에 허덕이는 카드사들이 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카드모집인들의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특수고용직인 카드모집인에 대해서도 고용보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결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업계의 감원 의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계 카드사에 등록된 카드 모집인 수는 6월 말 기준 1만5078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2만2870명 수준이던 카드모집인은 지난해 들어 처음 2만명 아래로 떨어져 1만6650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카드모집인들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배경에는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덜한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동안 모바일 전용 카드 출시 등 디지털 영업에 주력해 온 하나카드는 이미 올해 초 온라인을 통한 카드 발급 비중(58%)이 모집인 등 타 채널 비중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 1000명에 육박했던 카드모집인 역시 올 상반기 기준 180여명으로 불과 3년여 만에 8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카드모집인에 대한 규모 자체에 변화는 없더라도 최근 간편결제 등 핀테크 활성화 기조 속에서 카드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롯데카드 등이 온라인을 통해서만 발급 가능한 전용카드를 잇따라 출시했고, 삼성카드는 5분이면 언제 어디서든지 카드 발급이 가능한 ‘디지털 원스톱 카드발급 체계’ 구축에 나섰다.

현대카드 역시 10년 만에 선보인 프리미엄 신상품 ‘the Green’을 온라인전용카드로 출시하며 마케팅 및 인건비 절감에 팔을 걷었다. 현대카드 측은 “카드모집인 등 발급좌수 확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절감한 금액을 고객 혜택으로 돌려주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년부터 카드모집인 등 특수고용직을 대상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결하면서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을 느낀 카드사들이 인원 감축 움직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 또한 적지 않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카드사들이 허리띠 조르기에 나서고 있는 현실에서 비록 적은 규모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영업비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 역시 최근 입장문을 통해 “시장상황의 변화로 인해 특수형태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고용보험을 강제 적용할 경우 사업자들이 경영상 부담으로 특수형태 종사자들을 더욱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을 통해 신규고객이나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 고객을 유치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지금처럼 업계에 수익 관련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가 있다”며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카드업계 현실 속에서 모집인에 비해 비대면 채널 비중이 커지거나 그 효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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