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3' 떡밥 대성공 하지만 독점은?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8.04.26 07:38
수정 2018.04.26 09:03
입력 2018.04.26 07:38
수정 2018.04.26 09:03
<하재근의 닭치고tv>액션은 볼만한데 길이는 길고 영화관은 싹쓸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즉 ’어벤져스3‘이 개봉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블록버스터 시리즈이며 외화로는 보기 드물게 천만 돌파까지 했던 시리즈의 총집결판에 해당하는 기념비적 작품이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기대가 컸다.
작품은 기대를 일정 정도 충족시켜준다. 이렇게 총집결판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더라’는 식으로 실망을 주기 쉽다. 총집결을 위해 지금까지 제시됐던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집어넣다보니 산만하고 규모만 큰 ‘깡통 대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3’은 그런 총집결작의 저주는 피했다.
히어로가 무려 23명이나 등장하지만 나름의 스토리 구조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이다. 물론 그 많은 히어로를 모두 자세히 조명하며 대하서사극으로 간 건 아니다. 집단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분량은 짧을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 이전 시리즈를 사전에 보지 않은 사람은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큰 무리 없이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다.
전장을 나눈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히어로들이 분산돼 싸우기 때문에 각각의 전투신이 보다 명료해졌고, 위기감이 배가됐다. 강력한 히어로들이 뭉쳐있으면 그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 때문에 위기감이 저하되고, 그에 따라 긴박감과 몰입도가 떨어진다. ‘어벤져스3’은 전장을 나눠 히어로들을 분산시키고 적의 기습에 의해 대오가 무너지는 설정으로 긴박감을 증폭시켰다.
별개의 영화에 등장하던 인물이 함께 만나는 장면이 시리즈 팬들에게 각별한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이 만나는 장면이 그렇다. 지금까지 접점이 없던 두 세계가 만난 것인데, 이런 부분도 큰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됐다.
하지만 아쉬운 건 너무 길다는 점이다. 중반 드라마 부분에서 처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어차피 액션 오락 영화다. 이런 영화 보면서 아카데미 작품상의 서사성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좀 더 간결하게 줄였어도 좋았을 것이다. ‘어벤져스’ 시리즈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많이 사라진 점도 아쉽다.
우주 최강이라는 악당의 군대가 종종 턱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쉽다. 인간이 만든 일반 재래식 무기 정도에도 악당의 군대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그렇다면 히어로가 힘들게 한 명 한 명 주먹으로 때려눕힐 것 없이, 일반 군대의 중화기 공격이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도 우주를 정복하겠다는 악의 군대가 인간의 소총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모습이 나와 실소를 자아냈었다. 이런 부분이 ‘어벤져스’ 시리즈 액션의 옥에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에도 계속 됐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벤져스3’ 액션은 볼 만하다. 액션이 가장 중요한 액션 영화에서 액션에 맥이 빠지면 영화의 동력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입이 벌어질 정도의 장쾌한 액션까지는 아니지만, 관람료 아깝지 않을 정도의 볼거리는 펼쳐진다.
영화 자체는 일정 정도 기대를 충족시켜줬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도대체 다음 편에서 어떻게 이어가려고 그러나?’이다. 이번 작품이 ‘어벤져스4’ 흥행을 위한 떡밥이라면 대성공이다. ‘어벤져스3’을 본 사람이라면 이야기 전개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어벤져스4’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스크린 독점이다. 기세 좋게 개봉했던 ‘군함도’를 침몰시킨 것이 친일논란과 함께 스크린 독점 문제였다. 당시 ‘군함도’는 2,026개 스크린을 독식해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다. 이번 ‘어벤져스3’은 무려 2,563개 스크린이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수치다. 해도 너무 한 것이다. 이 정도 스크린이면 다른 영화는 대부분 정상상영이 힘들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인기 상품이라도 그렇지, 한 상품이 매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하는 유통업체가 있을까? 당연히 없다. 그런데 유독 영화를 유통하는 극장만은 특정 상품 독식을 당연하게 여기더니, 급기야 미국 오락 영화에 우리 국가가 보유한 스크린 중 57%를 헌납했다. 영화 속에서 악당 끝판왕 타노스가 나오지만, 작은 영화들에겐 ‘어벤져스’야말로 생태계를 해치는 악당 끝판왕으로 보일 판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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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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